잔도길 20만명 몰려 인기 … 곳곳 낙석구간 많아 위협
한탄강 수위 감소로 농업용수 유입돼 '수질 저하' 심각

▲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 잔도길 순담 출입구 ⓒ 이명상 기자
▲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 잔도길 순담 출입구 ⓒ 이명상 기자

출렁출렁 3.6㎞,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는 별명이 붙은 곳이 있다.

강원도 철원군 잔도길. 휴전선 접경 최전방에 위치한 곳으로 지난해 11월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으로 등재된 곳이다. 

한탄강은 10만~50만년 전 북한 오리산에서 분출한 용암이 굳어지며 형성된 지역으로 주상절리와 베개용암 등 화산지형이 잘 보존돼 지질학적 가치가 매우 높아 2020년 7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한탄강 주상절리 협곡이 시민들에게 공개되면서 순식간에 관광객들이 몰려 들기 시작했다. 소위 대박 난 관광명소의 '안전실태'는 과연 어떨까.

세이프타임즈가 개장후 6개월이 다가오는 잔도길을 돌아 본 결과 관광객을 위한 안전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잔도길 3.6㎞는 행정안전부 접경권 발전지원사업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235억원(국비 137억원)을 투입한 국책 사업이다.

▲ 잔도길 초입부터 비탈진 경사면에 잔도길을 조성하며 베이진 나무들이 쌓여 있어 관광객들이 불안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지나가는것을 들을 수 있었다 ⓒ 이명상기자
▲ 잔도길 초입부터 비탈진 경사면에 잔도길을 조성, 베어진 나무들이 그대로 쌓여 있다. ⓒ 이명상 기자

잔도길은 절벽과 절벽사이 잔도 709m를 연결했다. 2.2㎞는 데크길로 개설해 전망대 3곳과 교량 13곳이 설치됐다.

그동안 단절 구간으로 원활한 도보 여행이 어려웠던 관광객들의 불편을 대폭 해소했다.

절벽구간의 경관을 보다 가까이서 생생히 볼 수 있어 개통후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올해만 벌써 26만여명이 찾는 관광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입장료는 1만원이지만 5000원은 지역상품권으로 돌려준다.

지난 19일 세이프타임즈 기자들이 철원주상절리 잔도길 3.6㎞를 걸으며, 관광객들이 안전하게 세계유네스코로 지정된 한탄강 주상절리 협곡을 즐길 수 있는지 점검했다.

▲ 잔도길 공사후 경사면의 처리가 제대로 안되 잔도길로 자갈들이 떨어지고 있다 ⓒ 이명상기자
▲ 잔도길 공사후 경사면의 처리가 제대로 안되 잔도길로 자갈들이 떨어지고 있다 ⓒ 이명상 기자

하지만 여름철 관광객 안전에 심각한 문제점이 생길 수 있는 요소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서둘러 개장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곳곳에 공사가 마무리가 되지 않은 곳이 발견됐다.

특히 잔도길 중간중간 비탈면은 나무가 베이고, 깍여서 잔도길로 돌들이 떨어질 것만 같은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잔도길 조성시 베어놓은 나무도 비탈면에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다.

관광객 최모씨(55)는 "곧 다가오는 여름철 우기에 공사로 인해 만들어진 인공 구조물의 안전과 비탈면 산사태에 관광객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 한탄강 상부 포천지역에서 농업용수가 폭포수처럼 한탄강으로 쏟아져 내려 강물이 혼탁해져 있다. ⓒ 이명상 기자
▲ 한탄강 상부인 포천지역에서 농업용수가 폭포수처럼 한탄강으로 쏟아져 내려 강물이 혼탁해지고 있다. ⓒ 이명상 기자

고개가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장면은 잔도길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또 다른 관람객 정모씨(63)는 "산의 비탈면을 깎고 나무를 베어 인공 구조물을 설치해 만드는 잔도길은 폭우시 산사태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철저한 안전 매뉴얼에 따라 출입을 제한, 관광객들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광객들의 이같은 지적에도 불구, 잔도길 입구 어디에도 출입 제한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들어 한국은 태풍이나 우기철에 많은 양의 집중호우가 내리는 경향이 많다. 자칫 산사태로 인해 인명사고가 우려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세이타임즈와 동행한 안전전문가들은 "산의 비탈면에 인공 구조물을 설치해 만드는 잔도길은 예측할 수 없는 여러 가지의 안전사고에 대비, 철저하게 계획되고 장기적 안목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며 "하지만 잔도길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쉽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 전문가는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관광지가 성급하게 공개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들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 한탄강유역 가뭄으로 인해 수량 부족으로 한탄강의 맑고 청정한 계곡은 볼 수 없고 혼탁한 고인물로 인해 녹조같은 모습이다. ⓒ 이명상 기자
▲ 한탄강유역 가뭄으로 인한 수량 부족으로 한탄강의 맑고 청정한 계곡은 볼 수 없고 혼탁한 고인물로 인해 녹조같은 모습이다. ⓒ 이명상 기자

녹조에 휩싸인 계곡물이 되레 관람객의 재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주상절리 관리사무소가 방송을 통해 "농사철 일시적인 문제"라고 했지만 일시적으로 해결될 것 같지 않아 보였다.

포천방면에서 농업용 흙탕물이 그대로 한탄강으로 유입되면서 깨끗해야 할 계곡물은 혼탁했다. 물고기들이 과연 서식하고 있을지조차 의문이 들었다.

한탄강의 수량이 많으면 희석효과가 발생할 수 있지만 가뭄이 계속되면 유입되는 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농약이 들어간 흙탕물이 유입되면 한탄강에 서식하는 1급수의 물고기들이 과연 생존할 수 있을지도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철원군 관계자는 세이프타임즈와의 통화에서 "잔도길 관광객 안전 관련해 개통이후 철원군 자체 예산을 확보해 현재 추가적인 보수계획을 마련중에 있다"며 "조속한 시일내에 조치해 세계문화유산에 걸맞는 안전한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 잔도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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