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저는 시골에서 자라면서 개구리를 잡아서 닭에게 모이로 줬고, 개구리 뒷다리를 메뚜기와 함께 구워 먹기도 했습니다. 이 둘은 1960~1970년대에 시골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간식의 대상이었습니다. 오늘날과 다른 시골 풍경을 갖고 있던 그때는 아이들이 따로 간식을 구해 먹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농약에 중독돼 죽은 야생동물이 거의 없었기에 개구리 뒷다리와 메뚜기는 좋은 간식거리였습니다.

두꺼비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어릴 적에 두꺼비는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두꺼비가 조준해서 오줌을 누는데, 만약 그 오줌이 사람의 눈에 들어가면 눈이 멀게 된다는 이야기가 제가 살았던 마을에 퍼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두꺼비를 보면 직접 만지지 않고, 긴 나무 막대기로 조롱하다가 그냥 물러났습니다. 두꺼비가 오줌으로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는 이야기를 누가 지어낸 것인지 모르지만, 그때 우리는 그게 사실이라고 믿었습니다.

이런 두꺼비에 관해 외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는 더 신비했습니다. 두꺼비가 만삭이 돼 알을 낳을 때가 되면 일부러 물가에 있는 뱀의 굴 앞을 서성인다고 했습니다. 어미 두꺼비는 뱀에게 통째로 잡아먹히는데, 새끼들은 뱀의 몸 안에서 태어나 어미와 뱀의 살을 먹고 자란다고 했습니다. 그때 저는 외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래요?'라고 귀를 쫑긋거렸습니다. 외할머니는 두꺼비가 몸이 불뚝해서 뒤뚱거리고 걸으면 그냥 놔두라고 했습니다. 새끼들을 위해 자기가 죽을 길을 찾아가는 것이니 건드리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때 흑백텔레비전에서 방영됐던 '동물의 왕국'에서도, 오늘날 <과학>으로 초등학교 교과명이 바뀐 <자연>에서도 외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의 실체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외할머니에게 들었던 이야기로 인해 저는 친구들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퍼뜨리는 아이로 따돌림까지 받았었습니다. 이 때문에 외할머니에게 거칠게 항의했던 저는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해 듣고 화를 누그러뜨려야 했습니다.

"비가 오면 새끼를 가진 어미 두꺼비가 몸을 뒤뚱거리며 어딘가를 가는데, 나중에 보면 그 부근에 꼭 똬리를 튼 채 죽은 뱀이 있어. 그 뱀을 슬며시 들춰보면 그곳에 두꺼비의 새끼들이 부화해 있거든. 그러니까, 그 어미는 혹 가까운 곳에 뱀이 있으면 자기가 낳을 새끼들을 뱀이 잡아먹을까 봐 미리 자신을 뱀의 먹이로 줘서 두꺼비가 지닌 독으로 뱀을 죽이는 거야. 그렇게 해야 자기 새끼들이 살 수 있거든. 그러니 그런 두꺼비는 건들면 안 돼."

두꺼비가 오줌으로 인간의 눈을 멀게 한다든지, 뱀에게 일부러 잡아 먹힌다는 이야기를 과학적인 잣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오늘날에도 믿는 어린이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 덕에 그때의 우리는 개구리나 가재는 잡아서 구워 먹었지만, 두꺼비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두꺼비의 독을 잘 모르는 어린이가 두꺼비를 개구리처럼 취급했다가 다칠까 봐 지혜로 만든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인터넷으로 두꺼비가 개구리와 달리 독을 가진 양서류라는 걸 확인해 볼 수 있는 때가 아니었습니다. 냇물에서 멱을 감다가 가재를 잡아 구워 먹으면 기생충에 감염되니 먹지 말아야 한다는 걸 초등학교에 가서야 배울 수 있었던 때였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이야기 덕에 우리는 두꺼비를 함부로 만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건 두꺼비의 독성을 알려주는 귀한 보배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오늘날은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로 두꺼비의 위험성을 말하지 않고, 영상까지 동원해 설명합니다. 그러나 제가 듣고 자랐던 이야기를 과학적인 사실이 아닌 허구로만 취급할 수 없습니다. 그 이야기에는 두꺼비의 독성을 잘 모르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상의 깊은 속내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즘은 과학적이지 않다고 없애 버린 그 이야기들이 꽤 아름다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은 이야기 없이 살 수 없습니다. 그러니 과학적이지 않은 이야기라고 함부로 버리지 마십시오.

■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한양대 전기공학과 졸업 △백석대 신학대학원 졸업 △아나돗학교 대표간사 △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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