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원 교수 사비 들여 사회적협동조합 '돌다리청림가' 운영
장애인작업장 최고환경 호평 … 빵집·카페도 지역사회 화제
보호작업장 3·4층에 주민 위한 옥상정원과 스마트팜 준비중

▲ 서경원 돌청장애인보호작업장 설립자(바깥쪽), 이윤주 원장과 인터뷰하고 있다. ⓒ 오선이 기자
▲ 대전 돌청장애인보호작업장 설립자인 서경원 교수(왼쪽)와 이윤주 원장(가운데)이 세이프타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오선이 기자

단지 몸이 불편한 것뿐이다. 하지만 외부의 '곱지 않은' 시선이 삶을 더 힘들게 한다. 그래서 늘 애환과 슴픔을 함께 나누는 사람은 결국 부모로 귀결된다.

아들의 힘든 인생에 웃음꽃을 피워주고, 장애우의 아픔을 함께 하는 곳이 있어 화제다.

대전시 중구 돌다리로(석교동) 36번지. 지난해 12월 문을 연 사회적협동조합 돌다리청림가 '돌청장애인보호작업장'이 그곳이다.

아들의 비슷한 애환과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을 위해 탄생한 돌청장애인보호작업장을 11일 세이프타임즈가 만났다.

장애인을 위한 공간이 탄생한 것은 설립자 서경원 교수(61·우송정보대 보건의료행정학과)의 '부정(父情)'에서 비롯됐다.

모친 김양순씨(83)가 법인 대표이사를 맡고 아들인 서 교수는 설립의 모든 과정을 주도했다. 손자와 아들의 기쁜 얼굴을 보기 위해서였다. 서 교수의 큰아들(37)은 선천적 장애1급이다.

그는 "장애인보호작업장을 7~8년 다녔던 아들은 결국 적응을 못하고, 힘들어서 그만 뒀다"며 "이건 아니다 싶었다. 장애인들이 어떻게 하면 좋은 환경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아들과 같은 장애우들이 편하게 자립할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 주고 싶은 부정이 결국 장애인 보호작업장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는 "아들에게 다른 일을 구해 주기 위해 장애인보호작업장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무엇보다도 환경이 매우 열악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20년부터 구상한 계획을 망설임없이 실행으로 옮겼다. 충남 논산시 양촌면에서 사회복지사업을 하기 위해 마련한 1000평의 땅을 처분해 건물건립자금으로 마련했다.

지역적인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계획을 바꿔 양촌에서 대전에 둥지를 틀었다. 자신이 나고 자란 석교동에 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장애인보호작업장을 마련했다.

건물은 완공됐지만 운영이 그리 쉽지 않았다. '사명감' 있는 사회복지법인 경영자를 찾는 것이 문제였다.

서 교수는 "오픈하는 과정에서 경영을 맡아 줄 원장님을 모셔야 하는데 정말 힘들었다"며 "마음만 앞섰지 사회복지사업을 함께 할 원장님을 모시기가 쉽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 근로장애인이 돌청카페에서 계산을 하고 있다. ⓒ 오선이 기자
▲ 대전 돌청장애인보호작업장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장애인 근로자가 계산을 하고 있다. ⓒ 오선이 기자

그렇기에 그는 인터뷰 내내 돌다리청림가 운영을 맡아 준 이윤주 초대 원장(51)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이 원장은 20년 넘게 사회복지 업무에 종사한 전문가다.

서 교수는 "시작은 과감하게 했지만, 원장님이 그동안 많이 힘드셨다"면서 "아들이 보호작업장에서 일했던 것을 벤치마킹해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예상대로 경영은 쉽지 않았지만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카페'는 입소문을 타면서 최근들어 매출이 조금 늘어나 다행이라고 했다.

이윤주 원장도 설립자의 전폭적인 지원에 감사한다고 화답했다. 그는 "설립자의 사비와 후원금으로 장애인 작업장을 운영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며 "그래도 수입이 조금씩 늘면서 근로장애인 한 분을 채용할 때마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늘린 식구는 아들을 포함해 6명에 달한다.

이 원장은 "다른 작업장에서 일했던 분도 오시는데 항상 하시는 말씀이 보수가 많고 적고를 떠나 환경적으로도 너무 좋다고 한다"며 "이 분들이 만족할 때 교수님과 일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일터뿐만 아니라 누구나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설립자의 생각을 이윤주 원장이 차근 차근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 돌청장애인보호작업장 ⓒ 오선이 기자
▲ 대전 중구 돌청장애인보호작업장 돌다리청림가. ⓒ 오선이 기자

이 원장은 "설립자께서 장애인들이 언제든지 쉴 수 있고, 일도 할 수 있고, 여가활동도 할 수 있는 공간 시스템을 말씀하셨다"며 "아직 시작단계이지만 하나 하나 텃밭을 가꾸듯이 작업장의 밑거름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보호작업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컨테이너나 지하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현실을 지적한 이 원장은 "장애인들은 어둠침침한 것이 아니라, 눈에 확 띄는 시설에서 일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돌다리청림가는 그렇게 장애인뿐만 아니라 누구나 편하게 책도 읽고, 쉬다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돌청장애인보호작업장 3·4층에는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옥상정원과 스마트팜을 준비하고 있다.

장애인을 비롯해 지역의 취약계층 주민들이 모이는 '마을공동체'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무겁다. 장애인보호작업장에 대해 무관심이 경영을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업장 홍보를 비롯해 모든 것을 원장님께 위임하고 있다"는 서 교수는 "현재는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운영하고 있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나 후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들이 태어나면서부터 마지막 가는 것까지 불행하지만 이곳에서는 모두가 행복한 곳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사회적협동조합 돌다리청림가. 지역주민과 함께 소통의 보폭을 넓히며 장애인보호작업장의 편견을 허물고 있다.

그는 "복합단지를 조성해 그분들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호자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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