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화재 확산 예측 실규모 화재실험을 하고 있다. ⓒ 건설연
▲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화재 확산 예측 실규모 화재실험을 하고 있다. ⓒ 건설연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건축물의 화재 사고 위험을 사전에 평가할 수 있는 '건축물 종합 화재안전 진단·평가 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종합 화재안전 진단 기술은 기존에 개별적으로 수행됐던 △피난위험 평가 △화재확산에 대한 위험평가 △고온으로 인한 구조물의 성능저하에 따른 위험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해 화재안전 등급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기존 건축물과 신규 건축물 등을 대상으로 화재 위험요소를 보다 쉽고 종합적으로 사전에 확인할 수 있음에 따라 건축물의 화재안전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소방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건축, 구조물에서 발생된 화재는 전체 화재 발생의 66.2%이다. 지난 한 해 동안 건축, 구조물에서 2만3997건의 화재가 발생했으며 해당 화재로 인한 사상자는 1829명으로 집계됐다. 

이와 같은 피해 규모는 최근 10년 동안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 건축물 화재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기존 화재안전 평가 방식은 화재 확산과 피난안전에 대해 개별적으로만 평가가 가능했다. 해당 분야에서 기술사·박사급 이상 수준의 전문가만이 긴 시간을 들여 분석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국내에서는 초고층, 대공간 건축물 등과 같이 대형 건축물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평가가 이뤄졌다. 시간과 비용적인 한계로 30층 미만의 건물에 대해서는 화재안련과 관련된 진단 평가 방법이 전무하다. 

이에 화재안전연구소 연구팀은 기존 건축물의 특성을 고려해 화재 확산, 피난안전, 구조 안전성을 사전에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종합 진단 기술은 개별적인 단위 항목으로만 수행됐던 화재 진단기술에서 벗어나 퍼지이론을 적용해 종합 결과를 빠르고 쉽게 도출할 수 있도록 했다. 퍼지이론은 불분명한 상황에서 발생 가능한 사건들을 단순히 유·무 판단에서 벗어나 그 과정을 수학적으로 평가하는 이론이다. 

연구소는 서울에 위치한 A아파트의 복도식과 계단식 구조의 2개 동을 대상으로 종합 화재안전 진단기술을 적용해 실증 평가를 진행했다. 구조가 다른 동에서 동일하게 거실에 화재가 발생한 경우를 시뮬레이션했다. 구조에 따른 구조안전성에는 큰 차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연기 확산 등의 위험으로 인한 피난안전성에는 차이를 보였다. 

복도식 구조는 현관문에서 배출된 연기와 유독가스가 복도에서 바로 외부로 배출돼 내부 피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계단식 구조는 현관문에서 배출된연기가 전실·계단실에 체류하거나 상부로 확산되는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위험이 반영돼 종합평가 결과 복도식 구조 동은 A등급, 계단식 구조 동은 B등급으로 평가됐다.

도출된 결과는 단순한 값이 아니라 화재위험의 취약 요인을 사전에 선별해 이를 제거·보완하는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A아파트의 계단식 구조 동처럼 화재 사고 때 연기에 의한 위험이 노출된 건축물은 연기 확산을 억제하거나 외부로 배출되는 설비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화재피난에 용이한 복도식 구조 아파트는 거주환경 등으로 무분별하게 복도 창호를 설치한다면 화재안전에 취약해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복도 창호를 설치해야하면 화재안전을 위한 대안적 설비를 추가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종합 화재안전 진단 기술을 활용하면 적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 보다 쉽게 화재안전에 취약한 30층 미만의 건축물들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 진단 결과에 따라 화재안전 취약 건축물에 대안적 피난 설비와 기구들을 설치해 사고를 예방하고, 사고가 발생해도 안전 대피를 유도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김병석 건설연 원장은 "종합 진단 기술은 지자체 등 공공의 차원에서 화재 위험을 사전에 제거해 건축물의 화재안전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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