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손보사 8곳 과징금 17억 부과 검찰 고발
MG손보는 보험증권·법인직인 '편집조작' 드러나

업계 4위 KB손해보험이 주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재산종합보험 입찰에 담합한 손보사 8곳이 적발됐다.

업계 1위 삼성화재가 들러리로 참여한 것으로 밝혀져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손보사의 담합으로 LH는 혈세를 낭비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B손해보험(4위), 삼성화재해상보험(1위), MG손해보험(12위), 한화손해보험(7위), 흥국화재해상보험(9위), DB손해보험(3위), 메리츠화재해상보험(6위)과 보험대리점인 공기업인스컨설팅 등 8곳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7억6400만원을 부과한다고 24일 밝혔다.

▲ 사진설명 ⓒ 세이프타임즈
▲ KB손해보험이 삼성화재를 들러리로 내세워 입찰담합을 벌인 사실이 적발됐다. ⓒ 공정거래위원회

담합은 KB손보와 공기업인스 법인이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두 회사 임직원 3명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LH는 매년 100만 가구의 임대주택을 대상으로 자연재해 등 각종 안전사고로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종합적으로 보상하는 재산종합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입찰을 진행한다.

공정위 조사 결과를 보면 KB손보 등 7곳은 2018년 LH가 발주한 임대주택 등 재산종합보험 입찰에서 삼성화재를 들러리로 세운 뒤 고의로 입찰에 불참했다.

KB손보와 공기업인스는 삼성화재를 들러리로 섭외하고, 유력한 경쟁사인 한화손보와 흥국화재에는 입찰에 불참토록 했다. 삼성화재는 국내 손해보험 업계 1위다.

대가로 삼성화재와 한화손보에는 낙찰예정자인 KB공동수급체의 지분 일부를 재보험사를 거쳐 재재보험으로 인수토록 했다. 공동수급체는 △KB손보 △롯데손보 △DB손보 △현대해상 △MG손보 △메리츠보험 등 6개사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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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손해보험이 삼성화재를 들러리로 내세워 입찰담합을 벌인 사실을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 공정거래위원회

보험가액이 큰 경우 원수(元受) 보험사는 재보험, 재보험사는 재재보험에 가입하는 방법으로 위험을 분산하는 점을 이용했다.

흥국화재에는 그해 진행된 LH의 전세임대주택 화재보험입찰에서 공동수급체에 참여하도록 했다. MG손보와 DB손보는 '삼성화재가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알고 공동수급체에 참여했다.

공기업인스는 공동수급체 모집인 역할을 하고 참여사로부터 수수료로 14억원을 받았다. 153억9000만원을 써낸 공동수급체가 낙찰받았고, 낙찰금액은 전년도 대비 4.3배 치솟았다.

설계가 대비 입찰률은 2017년 49.9%에서 2018년 93.0%로 급등했다. 같은 해 진행된 LH 전세임대주택 화재보험입찰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담합이 이뤄졌다.

KB손해보험과 공기업인스는 한화손보와 메리츠보험을 입찰에 불참하도록 한 뒤 대가로 KB공동수급체 지분 일부를 배정해주기로 했다. 공동수급체는 △KB손보 △흥국화재 △농협손보 △하나손보 △MG손보 등 5개사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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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해보험사들이 입찰담합 과정에서 청약서까지 위조한 사실이 드러났다. ⓒ 공정거래위원회

MG손보는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공동수급체에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공동수급체는 전년 대비 2.5배 높은 22억3000만원에 낙찰받았다. 설계가 대비 입찰률은 2017년 57.6%에서 2018년 93.7%로 뛰었다. LH가 2016년부터 화재보험입찰을 통합해 실시한 이래 낙찰금액과 설계가 대비 투찰률이 가장 높았다. 손보사의 담합으로 LH는 혈세만 낭비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MG손보는 공동수급체에 참여하지 않은 △한화손보 △메리츠화재 △삼성화재 등 3개사에 공동수급체 지분을 배정하기 위한 근거를 만들기 위해 LH의 청약서와 보험증권까지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화재는 지분배정과 무관해 제제대상에서 제외됐다.

한화손보, 메리츠화재, 삼성화재는 KB공동수급체에 참여하지 않아 지분을 배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분 배정 근거를 만들기 위해 LH의 날인을 편집해 청약서 서명란에 붙이는 방법으로 청약서와 보험증권까지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2017년 LH 임대주택 등 재산종합보험과 전세임대주택 화재보험 낙찰자였던 KB손보가 그해 11월 15일 포항 지진으로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100억원의 손해가 생기자 2018년 입찰에서 낙찰받기 위해 공기업인스와 담합을 모의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장혜림 공정위 입찰담합조사과장은 "이번 조치는 보험사들이 들러리와 입찰 불참 대가로 재재보험을 인수하도록 하거나 청약서를 위조해 지분을 배정하는 방법으로 담합 대가를 제공하는 형태의 담합행위를 적발한 데 의의가 있다"며 "보험과 관련한 다양한 형태의 입찰담합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행위 적발시 엄정하게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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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보사의 담합으로 LH공사의 낙찰금액과 설계대비 투찰률이 가장 높았다. ⓒ 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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