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지은 전문위원·변호사
▲ 오지은 전문위원·변호사

몸이 아파서 치료나 수술 등을 받는 것과 미용성형술은 동일한 의료행위다. 미용성형술 후 결과에 관해 불만족하는 점을 의료사고로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심미적 불만족 자체가 의료사고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미용성형술 중 사고로 인해 단순한 불만족을 넘는 장해가 남는 경우가 있다. 그 중 필러시술에 관한 판례를 소개한다(2015가합533953).

원고는 2013년 11월 1일 오후 2시경 피고(의사)로부터 코와 미간 부위에 필러 1cc를 주입받았다(이 사건 시술). 원고는 이 사건 시술 후 통증을 호소했고 오후 2시 33분경 혈압이 123/86이었다. 오후 2시 40분경 구토를 해 스테로이드제를 투여받았다.

오후 2시 50분경 원고의 혈압이 140/88까지 올랐고, 오후 3시 30분경 필러용해제가 투여됐다. 원고가 오후 3시 45분경 구토를 한 후, 오후 3시 46분경 혈압은 168/80이었다.

피고와 피고병원 간호사는 원고를 대학병원으로 옮겼고, 당시 원고는 좌안 중심망막동맥 폐쇄와 급성 뇌경색을 진단받았다. 원고는 좌안 시력이 소실됐고, 우측 상하지 위약감과 관절운동 범위 제한, 인지장애와 구음장애, 실어증 등의 장해가 남았다.

법원은 '미용성형을 시술하는 의사로서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에 입각해 시술 여부, 시술의 시기, 방법, 범위 등을 충분히 검토한 후 그 미용성형 시술의 의뢰자에게 생리적, 기능적 장해가 남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피고에게 이 사건 시술 과정에서 혈관 폐쇄, 뇌경색 등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 즉 필러 주입 시의 주의사항을 충분히 이행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며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법원의 판단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 사건 시술 전 원고에게 망막동맥폐쇄나 뇌경색을 일으킬만한 체질적 원인이나 이상은 없었다. 원고는 필러시술과 동시에 눈이 아팠고 구토를 했으며 왼쪽 눈두덩이 콧대쪽을 누를 때마다 통증이 있었고 피부색이 짙어졌다.

위와 같은 증상은 필러가 안동맥과 동맥분지들로 이동해 색전을 일으키고, 속목동맥과 바깥목동맥 등 뇌동맥들을 통해 뇌내 순환해 광범위한 뇌경색을 일으킨 것으로 판단됐다.

필러주입술의 경우 필러의 혈관 내 주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혈관 폐쇄와 그로 인한 피부조직괴사, 시력상실, 뇌경색, 외안근마비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위 판례는 필러시술의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더라도 그에 관한 설명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필러시술에 관한 설명의무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이 사안은 원고가 경제활동을 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손해배상금이 크게 인정됐다. 손해배상금이 크다는 것은 심각한 악결과를 의미한다. 미용성형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갔던 일이 돌이킬 수 없는 장해로, 적지 않은 배상금으로 귀결되는 사건을 볼 때마다 다른 의료사건 보다도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부디 미용성형술의 경우 더욱더 신중하게 결정하기를 바란다.

■ 오지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선의 대표변호사) △서울대 간호대 졸업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서울대병원 외과계중환자실(SICU) 근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사관, 심사관 역임 △경찰수사연수원 보건의료범죄수사과정 교수 △금융감독원·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약품안전관리원 전문위원 △질병관리청·대한간호협회·서울시간호사회·조산협회·보건교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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