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흥기 시인의 시집 '첫눈이 내게 왔을 때'. 왼쪽부터 초판·2판·3판. ⓒ 개미
▲ 김흥기 시인의 시집 '첫눈이 내게 왔을 때'. 왼쪽부터 초판·2판·3판. ⓒ 개미

반세기를 시와 더불어 살아온 김흥기 시인이 첫 시집 '첫눈이 내게 왔을 때'를  출간했다.

첫눈이 내게 왔을 때는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는 서울의 여러 면모와 풍광, 그 편린들을 스케치하듯 담았다. 시인의 삶 터전으로서 서울과 그 갈피마다에 숨은 내밀한 모습들을 적출했다. 

2부에서는 시인의 가족사를 엿볼 수 있다. 시인은 가족과의 관계를 열어 보이고 유년기의 기억을 덧붙였다. 3부는 1970년대 중반 이후 1990년대 초반까지 민주화 시기를 배경으로 하며, 4부는 비교적 근작들로 삶의 주변을 살핀 짧은 시들을 담고 있다. 

시집은 동일한 내용에 서로 다른 표지화를 갖춘 3종으로 발간됐다. 초판은 한국의 대표적인 젊은 추상화가 전지연의 'Flowing – 2112(2)'를 표지에 담았다. 2판은 신철 화가의 '봄이다–2015'를, 3판은 이미애 화가의 '꿈꾸는 겁쟁이-2021'을 표지화로 정했다. 

▲ 사진설명 ⓒ 세이프타임즈
▲ 김흥기 시인

김흥기 시인은 경북 경산 출생으로 고등학교 2학년 때 시인이자 영문학자였던 신동집 교수의 추천을 받아 대구백화점 갤러리에서 삼인 시화전을 열었다. 

20대 후반이던 1984년 다락방문학동인집 '내 사랑 이 땅에서'를 간행했고, 그로부터 2년 뒤에는 그림동인 '실천' 및 시인들과 함께 시화집 '어울림'을 발간·전시했다.

1987년에는 '아버지의 바다'로 노동문화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같은 해 '심상'의 해변시인학교 특집호에 연작시 '서울 스케치' '우리문학' 창간 특집호에 '할아버지의 나라' 외 5편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시인의 길에 들어섰다. 

김재룡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김흥기 시인에게는 태생적으로 선한 목자의 피가 흐른다"며 "바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시적 오마주(Hommage)와 패러디(Parody), 연대기와 같은 내러티브(Narrative)로 바로 지금을 사는 이들을 기억의 강가로 인도한다"고 말했다.

오은주 소설가는 "김흥기 시인은 길게 흐르는 강물 같은 사람이다. 흐르는 강물에는 많은 사람들이 발을 담그거나 물장구를 치며 즐겁게 놀다가 이윽고 떠나갔다. 그 강물은 고향에서 발원해서 청계천을 지나고 신촌역에서 출렁대기도 한다. 광야에서 십자가를 지고 진리를 외치는 목자의 마음과 허풍쟁이 광고쟁이 사이에서 오늘도 그는 분열하고 통합하며 시를 짓는다"며 "그의 시는 지금까지 고여 있지 않았다. 퍼올려서 들여다보면 그의 시는 숨겨놓은 오래된 사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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