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가로등 아래
두 남녀가 밤을 맞습니다

여인은 어둠을 등에 기대고
남자는 가슴에 불을 안습니다
너무나 가녀린 한 쌍의  애틋함에
보름달은 구름 속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보이지 않습니다

여인의 손은 자꾸만 가로등을 부여잡고
남자는 사랑에 몸을 맡깁니다
반짝이는 눈빛과 울먹이는 입김
남자의 속삭임은
여인의 몸속에 잠든 애절한 사랑을 캐냅니다

침묵의 순간
귓볼에 돋아나는 감촉을  느끼며
서로의 시선 속에 무척이나 두려운
그러나 세상의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두 남녀의 몸 속 깊이 흐릅니다

보름달이 구름 속에 묻혀 있다
한참만에 나옵니다

▲ 손남태 시인
▲ 손남태 시인

■ 손남태 시인 =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농민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농협중앙회 안성시지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문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PEN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그 다음은 기다림입니다' 등 6권이 있다.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