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신 칼럼] 이이제이라는 다양함
[정이신 칼럼] 이이제이라는 다양함
  •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 승인 2022.03.2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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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1974년에 발표한 로잔언약을 지지하는 아나돗교회가 기독교인으로서 하나님 앞에서 지기로 한 사회적 책임이 교육입니다. 저희는 교육혁명을 추구하는데, 가르치는 '내용'이 아니라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저희가 생각하는 교육에 관해 명(命)을 혁(革)하는 길입니다.

운이 좋아 정부에서 보내주는 청소년 지도자 연수를 겸해 유럽에 있는 청소년 단체를 순방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헝가리를 방문했는데, 부다페스트공대에 대해 들었던 이야기가 지금껏 제 마음에서 방향타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헝가리는 GDP가 우리나라보다 낮습니다. 그러나 그 대학은 세계에서 우리나라의 여느 공대보다 더 낫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체코 방문 때도 이와 비슷한 걸 봤습니다.

'그'나 '저'나, '그 나라'나 '우리나라'나 대학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르치는 방법이 다릅니다. 이것으로 인해 학생이 같은 걸 배워도 전혀 다른 결과물을 내놓습니다. 그래서 제가 있는 교회도 이 땅에서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 동안, 한반도인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교육혁명에 관한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교육·진로상담, 학교부적응상담, 기독교상담 등을 하다 보면 종종 '짜가 상담사'가 나타나서, 슬그머니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예를 들어 진짜로 사교육의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 돈만 밝히는 사람이 상담해 주겠다고 접근합니다.

또 성경을 제대로 가르쳐줘서 지상의 교회와 더불어 신앙으로 삶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사람에게, 다른 교회에서 엉뚱한 행적을 그려왔던 사람이 참 목자인 것처럼 접근합니다. 그리고 저 몰래 내담자를 만납니다.

저들을 만나 기괴한 논리에 빠진 몇 사람이 학교와 교회를 떠났습니다. 그래서 북향민 재생과 교회에 온 내담자에게 앞으로 저런 사람들은 만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건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돈을 노린 호객행위이니 저들에게 속으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 문제로 마음이 아팠었는데, 바울의 말이 위로를 줬습니다. 바울은 어떤 사람들은 시기하고 다투면서 그리스도를 전하고, 어떤 사람들은 좋은 뜻으로 전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거짓된 마음으로 전하든지 참된 마음으로 전하든지, 그리스도는 전해진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이걸 기뻐하고 있고, 앞으로도 기뻐할 것이라고 했습니다(빌립보서 1:15∼18).

대안학교를 시작할 때 북향민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뭔지 알기 위해 기도하다가 '교회가 아니라 학교'라는 응답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부목사로 있던 교회의 담임목사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가까스로 대안학교에서 가르치는 재생은 주일 예배에 데려오지 않아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냈고, 덕분에 모 대학의 기독교 동아리방에서 수업을 시작했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제가 해야 하는 저의 일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모두 이런 길을 걷자고 할 수 없습니다. 그걸 이번에 학교와 교회를 떠난 사람들을 통해 배웠습니다.

살아갈수록 사람들이 다양하다는 걸 배웁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다양하기에 사회도 그들과 더불어 다양해지는데, 그 속에는 이이제이(以夷制夷)의 풍경도 한몫 있습니다. 거짓말하는 사람에게 속는 경험은 절대 권장할 만한 게 아닙니다만, 그걸 통해 제대로 된 길을 그가 알게 됐다면, 더는 그 경험에 후회가 담긴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합니다. 그가 저희를 떠났더라도 그걸 통해 배웠으니 그걸로 족한 것입니다.

과거에 제게 저질렀던 잘못에 대한 사과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의 행적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불의를 무찌르기 위해 그가 발 벗고 나섰기에, 이제는 그 사람의 수준에서 그걸 인정해주려고 합니다. 제 교만이 잠시나마 그걸 허용하지 않았지만, 어울려서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니 이이제이도 받아들여야 할 사회의 모습으로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한양대 전기공학과 졸업 △백석대 신학대학원 졸업 △아나돗학교 대표간사 △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세이프타임즈에 '노희(路戱)와 더불어 책(冊)놀이' 연재, 칼럼집 <아나돗편지(같이 비를 맞고 걸어야 평화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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