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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지은 전문위원·변호사

몸이 아파 병원에 가는 경우 가장 기본적으로 떠올리는 모습은 진료를 받은 후 약을 처방받아 오는 것이다. 그러나 약물치료의 경우에도 환자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처방하던 투약 용량을 줄이기 전 환자 상태를 정밀하게 진단하지 않아 환자가 뇌손상을 입게된 사안에서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된 판례(2007나14001) 사안을 소개한다.

환자(원고)는 피고병원에서 담당의 A로부터 협심증에 대한 약물치료를 받으며 지냈다. 환자는 진료받는 동안 일시 흉통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간헐적 흉통은 지속되는 불안정성 협심증을 앓고 있었다.

담당의 A는 환자의 흉통 완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혈관확장제, 혈압강하제, 소화기관제 등의 투약량을 증가시켰고, 스트레스로 인한 협심증 발작 예방을 위해 정신신경제까지 처방했다.

담당의 A는 환자가 1년 3개월 정도 약물치료를 받았을 무렵, 1년간 환자에 대한 아무런 검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음 내원일에 관련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2개월 후(1년 5개월 정도 치료받았을 무렵) 담당의사 A가 다른 병원으로 옮기게 되면서 환자의 담당의가 B로 변경됐다. 새로운 담당의 B는 환자에 대한 그동안의 처방약제를 대폭 줄여 처방했고, 처방 이전에 별다른 검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환자는 담당의 B의 처방대로 약을 복용하던 중 그 다음 날 오후 11시 50분경 갑자기 흉통과 호흡곤란증세를 보이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심폐소생술 등을 받았으나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었다.

법원은 담당의 B가 환자에 대해 약제 용량을 줄이기 전 혈관촬영, 심초음파검사 등을 통해 환자의 증상을 정밀하게 진단해 투약의 감소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었음에도 아무런 검사 없이 투약량을 급격히 감소시킨 과실을 인정했다.

환자가 투약용량 감소 후 하루 만에 호흡곤란으로 의식을 잃었음을 볼 때, 시간적으로 다른 원인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최소한의 약물 효과를 판독하기 위한 운동부하검사 혹은 방사선 동위원소 검사 등을 시행할 필요가 있었음에도 아무런 검사도 진행하지 않은 채 투약량을 감소시킨 과실로 인해 협심증 악화와 호흡곤란으로 저산소증 뇌손상을 입게된 것으로 본 것이다.

병원측은 담당의 B의 약제 감량이 재량에 따른 적절한 조치라며, 환자가 의식불명에 빠진 원인은 급성 심근경색이 아니라 기왕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환자가 처음 내원했을 당시 피고병원 응급실에서 불안정성 협심증을 진단받았다는 점, 급작스런 투약 감소가 협심증을 악화시켰을 개연성이 있다는 진료기록 감정결과 등을 근거로 병원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환자를 직접 대하며 의료행위를 하게 되는 경우 각 의료인을 독립적인 책임의 주체로 본다. 따라서 각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으로부터 인수인계를 받더라도 직접 환자를 대하며 독립적으로 전문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 오지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선의 대표변호사) △서울대 간호대 졸업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서울대병원 외과계중환자실(SICU) 근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사관, 심사관 역임 △경찰수사연수원 보건의료범죄수사과정 교수 △금융감독원·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약품안전관리원 전문위원 △질병관리청·대한간호협회·서울시간호사회·조산협회·보건교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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