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해 특정 지원자가 합격하도록 한 혐의로 4년 가까이 재판을 받아온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전 하나은행장)이 11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울서부지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해 특정 지원자가 합격하도록 한 혐의로 4년 가까이 재판을 받아온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전 하나은행장)이 11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울서부지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이 14일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와 관련한 징계 처분 취소 소송에서 패소했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그룹 차기 회장에 내정된 함 부회장은 회장 선임을 앞두고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게 됐다.

지난 11일 서울서부지법이 함 부회장의 채용 업무방해 등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함 부회장과 하나금융 모두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앞두고 한숨을 돌리는 듯했다.

그러나 1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함 부회장과 하나은행 등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낸 업무정지 등 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게 됐다.

재판부는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실 규모가 막대

하고, 원고들이 투자자 보호 의무를 도외시하고 기업 이윤만을 추구한 모습은 은행의 공공성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와 신의를 저버린 것"이라며 "임원진은 상응하는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다.

2019년 하반기 세계적으로 채권금리가 급락하면서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와 이에 투자한 DLF에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하나은행이 판매한 DLF는 기초자산의 변동 폭에 따라 수익·손실률이 정해지는 상품이다. 원금의 100%까지 잃을 수 있는 최고위험등급의 상품이다.

재판부는 하나은행이 판매한 DLF 상품 중 불완전판매 여부가 문제 된 886건 계좌 모두(가입금액 1837억원 상당)의 불완전판매를 인정했다.

DLF 상품 판매를 담당했던 PB들조차 'ELF(주가연계펀드)와 유사하다'고 이해하고 설명하거나, '기준금리'와 'CMS(이자율 스와프) 금리'를 혼동하는 등 그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판매했다.

재판부는 그 과정에서 임직원들이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

이에 금융당국은 하나은행이 해외금리 연계 DLF를 불완전판매한 잘못이 있다고 보고 2020년 3월 하나은행에 6개월 업무 일부 정지(사모펀드 신규판매 업무) 제재와 과태료 167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당시 행장을 맡고 있던 함 부회장은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했다는 이유로 중징계(문책 경고) 처분을 받았다. 문책 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과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함 부회장은 이에 불복해 징계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하나은행과 DLF 불완전 판매로 징계를 받았던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손 회장은 1심에서 승소했다.

징계 처분 취소 소송 패소에도 불구하고 함 부회장의 차기 회장 선임 안건이 25일 주총 안건으로 오르는 데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앞서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징계처분의 효력 정지 기간을 '1심 판결 선고 후 30일이 되는 날까지'로 정했기 때문이다.

함 부회장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것이란 것이 금융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함 부회장이 항소한다면 징계 효력의 재개 여부는 2심 재판부가 결정하게 된다.

다만 14일 행정법원의 1심 판결로 함 부회장의 회장 선임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에 이전보다 힘이 실릴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입장문에서 "은행은 그동안 본 사안 관련해 법적·절차적 부당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한편, 손님 피해 회복을 위해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모두 수용해 투자자들에게 배상을 완료하는 등 최선을 다해 대응해 왔음에도 당행의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유감스럽다"며 "판결에 대한 구체적 입장은 판결문 분석 검토 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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