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집착이 생태역행 산불 확산
산림복구·숲관리 전환 공론화 필요

▲ 소방대원들이 9일 경북 울진군 신림리 지역으로 번진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 소방청
▲ 소방대원들이 9일 경북 울진군 신림리 지역으로 번진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 소방청

산이 불타고 있다. 울진·삼척·강릉·동해지역에 대형산불이 발생해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은 인근 한울원자력발전소와 액화천연가스(LNG) 기지를 위협하여 많은 국민을 불안하고 아찔하게 만들었다. 

아직 진화되지 않은 울진과 삼척의 산불을 끄기 위해 많은 사람이 사투를 넘어서는 노력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산불로 인해 2만2461ha(8일 기준)의 산림 피해가 추정된다고 밝혔다.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기록한 2000년 동해안 산불 피해 면적인 2만3794㏊에 근접했고, 곧 이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산불은 수 백 채의 주택과 창고를 불태워 주민들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집을 잃은 이재민과 집에 돌아가지 못한 안타까운 주민이 천명 가까이 되었다. 

정부통계에 집계되지 않지만, 인간이 초래한 산불로 인해 수많은 야생동물이 그들의 집에서 혼비백산 쫓겨나고 죽어가고 있다. 

산불은 우리 인간을 비롯한 많은 생명에게 '화마'의 공포를 주고 큰 재앙이 되고 있다. 더군다나 산불 발생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지구온도 상승 억제를 어렵게 만들고, 유독가스와 미세먼지는 인류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번 산불로 인한 피해와 우려만큼이나 중요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대형산불의 확산 원인은 무엇이고 불을 쉽게 끄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진단을 정확하게 해야 제대로 된 해법을 마련할 수 있다. 정부는 5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겨울 가뭄과 봄철 국지적으로 강하게 부는 동해안 일대의 양간지풍을 주요 확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아직 기후변화라고 지목하지는 않고 있다. 

최근 유엔 환경계획(UNEP)은 기후변화와 토지이용 변화로 인해 2030년까지 극한 산불이 최대 14%, 2050년까지 30%, 21세기 말까지 50% 증가하는 등 산불이 더 빈번하고 강렬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호주와 미국, 유럽에서 기후변화 때문에 대형산불이 발생한 것처럼 국내에서도 겨울과 봄철 가뭄과 건조 등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대형산불로 확산할 위험이 커졌다. 앞으로 대형산불은 기후위기 적응과 '기후재난' 대비 차원에서 관리돼야 한다.

▲  9일 오전 강원 삼척시 원덕읍 사곡리 산꼭대기에서 산불로 말미암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 삼척시
▲ 9일 오전 강원 삼척시 원덕읍 사곡리 산꼭대기에서 산불로 말미암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 삼척시

대형산불로 인한 기후재난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서 진행하고 있는 숲 관리의 목표와 방식이 바꿔야 한다. 

산불은 숲을 연료로 태워 확산하기에 강수량, 바람 등 기상적 요소 이외에 숲의 상태와 구조가 중요하다. 소나무는 인화력이 강하고 내화성이 약하여 산불에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산림·생태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소나무 단순림으로 구성된 동해안 산림에 작은 불씨라도 던져지면 걷잡을 수 없이 대형 산불로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산불은 그동안 숲의 나무와 토양이 흡수하고 저장한 이산화탄소를 송두리째 대기로 도로 가져간다.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을 위해서도 이제는 소나무숲을 고집하여 조림해서는 안 되며, 소나무만 자라도록 관리해서도 안 된다. 소나무보다 수분을 많이 보유하는 낙엽활엽수림으로 자연스럽게 발전할 수 있어야 산불에 강한 숲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산림청의 '숲가꾸기' 사업은 거꾸로 하고 있다. 불쏘시개가 되는 소나무만을 남기고, 산불을 억제하는 참나무를 포함한 낙엽활엽수를 잡목이라 여기고 베어버리고 있다. 

나무를 베어낼수록 빗물의 유출량은 증가하고, 토양은 건조해지고, 숲을 통과하는 바람은 점차 빨라진다. 

산림청 연구결과에 따르면 연간 유출량이 무려 1.7배나 증가한다고 했다. 숲가꾸기를 통해 듬성듬성하게 말라가는 소나무 숲은 바람에 의해 물을 빨리 증발시켜 산불에 취약한 숲이 되었다. 소나무에 대한 집착과 숲가꾸기의 결과가 국내에서 대형산불이 발생하고 쉽게 꺼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산림청은 숲가꾸기를 하지 않으면 숲이 황폐해지고, 죽은 나무들과 가지, 잎이 쌓여 산불이 더욱 커지게 된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산불예방 숲가꾸기 사업을 펼치는데 산불 예방 차원에서 불에 탈 수 있는 연료의 양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나무를 솎아베기하고 잘라낸 가지와 잎을 전부 싹쓸이 모아서 외부로 반출하는 사업이다. 

산림의 공익적 기능을 뒷받침하는 토양유기물과 산림생태계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산에 있는 나무를 땔감으로 보는 단편적인 시각에 동의하기 어렵다. 이러한 관점과 사업이 숲을 황폐화하고 대형산불을 일으키고 있다.

▲ 강릉 옥계와 동해 일대 산림을 쑥대밭으로 만든 화마가 약 90시간 만에 잡혔다. ⓒ 산림청
▲ 강릉 옥계와 동해 일대 산림을 쑥대밭으로 만든 화마가 약 90시간 만에 잡혔다. ⓒ 산림청

산불에 강한 숲은 물을 많이 품고 있는 자연숲이다. 자연숲은 야생동물의 보금자리이자 생명의 원천이며 토양유기물이 풍부한 탄소저장고이다. 산림청 숲가꾸기를 하지 않는 국립공원에는 대형산불이 발생하지 않으며 인근에 발생해도 국립공원으로 확산하지 않는 이유이다.

숲가꾸기 예산을 투입해서 오히려 산불이 더 확산하여 산림생태계가 황폐해지고, 더 나아가 산림의 공익적 기능이 훼손되는 엄청난 국가적 손실의 결과를 가져왔다.

이번 산불이 진화되고 나서, 정부는 대형산불이 기후재난으로 확산하지 않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시민사회와 함께 마련해야 한다. 

첨단 드론 및 감시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산불헬기를 추가로 구매하겠다는 기술적인 해법이 중요시되어서는 안 된다. 

기존 방식의 산림청 숲가꾸기 확대를 해야 한다며 예산을 증액해서는 더욱더 안 된다. 

산불로 훼손된 산림생태계를 어떻게 복구할 것인지, 산불에 강한 숲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숲의 관리목표와 방식을 전환하고,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시대 산불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공론화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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