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연기·송전탑 '걸림돌' …진압시기 불투명
문재인 대통령 "울진·삼척 특별재난 지역 선포"
삼성 30억 등 각급기관 기부금 온정도 '본격화'

▲ 강원ㆍ경북 산불현장 방문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6일 경북 울진군 울진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대피소를 방문, 이재민을 위로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강원ㆍ경북 산불현장 방문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6일 경북 울진군 울진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대피소를 방문, 이재민을 위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동해안 산불이 여의도 면적의 49배를 삼키고도 화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2000년 4월 발생한 동해안 산불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등에 따르면 소방청이 전국 소방동원령 2호를 발령한 가운데 진화인력 5000여명, 헬기 50여대를 투입해 전방위에서 산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대규모 진화인력과 장비를 투입했지만 물리적으로 신속한 진화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자욱한 연기와 송전탑 등이 신속한 진화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헬기 51대가 집중 투입돼 시시각각 물을 퍼날라 진화를 하고 있지만, 산불 현장 일대가 연기로 뒤덮이다 보니 상공에서 불길이 이동하는 모습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베테랑 헬기 조종사도 강풍에 산불 포인트 잡는데 한계 

산불 진화에 베테랑 헬기 조종사들이라 대략적인 산불 포인트를 감각적으로 짚고 있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거미줄처럼 나 있는 송전탑도 헬기 진화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짙은 연기로 방향 감각을 상실, 송전탑에 부딪치는 큰 사고도 우려된다.

최근 며칠 새 강릉,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산불이 발생하다 보니 진화 헬기가 분산돼 추가 투입이 어려운 데다 지형상 산세가 험한 것도 진화 인력의 현장 접근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강풍의 방향도 문제다. 산불 발생 첫날 건조경보 속에 순간 초속 25m가 넘는 강한 바람이 서남서쪽에서 불면서 산불이 동해안 쪽으로 급속히 번졌다.

▲ 6일 강원 동해시 묵호동의 한 주택이 전소돼 연기를 내뿜고 있다. ⓒ 연합뉴스
▲ 6일 강원 동해시 묵호동의 한 주택이 전소돼 연기를 내뿜고 있다. ⓒ 연합뉴스

강원도 경계를 넘어 삼척까지 확산한 산불은 이튿날인 5일 바람이 남쪽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무서운 기세로 치고 내려왔다. 삼척을 거쳐 다시 울진 쪽으로 남하한 불길은 울진군청 등 지역 주요 기관이 있는 울진읍까지 진출했다.

이흥교 소방청장은 "지금으로서는 하루 이틀 안에 불을 완전히 끄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병암 산림청장도 "하루 안에 모든 불을 진압하기는 어렵지만 확산이 예상되는 큰 불을 잡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가 오면 진화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겠지만 1주일 뒤인 오는 13일에나 비가 내릴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하고 있다.

그때까지는 건조한 날씨에 강한 바람이 부는 날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산불 진화에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2000년 4월 삼척 등 강원 동해안 5개 지역에서 난 산불은 8일 가까이 이어졌고, 2019년 4월 강원 고성·강릉·인제에서 난 대형 산불은 3일간 계속됐다.

▲ 6일 강원 동해시 대진동 산불 현장에서 산림청 진화 헬기가 막바지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 6일 강원 동해시 대진동 산불 현장에서 산림청 진화 헬기가 막바지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 중대본 "동해안 산불 여의도 면적 49배 산림 피해"

중대본은 6일 오전 11시까지 1만4222ha의 산림 피해가 추정된다고 밝혔다. 여의도 면적(290㏊·윤중로 제방 안쪽 면적)이 49개가량 모인 규모다. 축구장 면적(0.714㏊)으로 따지면 1만9918배에 달한다.

울진 1만1661ha, 삼척 656ha, 강릉 1656ha, 동해와 영월 각각 169ha 등의 산림 피해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가운데 울진 388개, 강릉 12개, 동해 63개 등 463개 시설이 소실됐다.

산불로 4663세대 7374명이 대피하고 있다. 울진·삼척 4133세대 6482명, 동해 380세대 717명 등이다.

화재 진압에는 89대의 헬기, 지휘차·진화차·소방차 등 834대가 투입됐다. 소방·경찰·해경·군인과 공무원 등 1만6042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중대본은 "인명피해 우려가 있는 울진·삼척, 강릉·동해 지역에 대해 집중 관리를 하고 있다"며 "헬기와 인력 등의 배치 지원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고 이재민 주거대책과 지자체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문재인 대통령 "정부가 도울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 지원"

문재인 대통령은 대형 산불로 피해를 본 울진 지역과 강원도 삼척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북 울진군 울진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서 주민들을 만나 이같은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주민들에게 "삶의 터전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리셨으니 상실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라며 "정부는 신속하게 복구가 이뤄져 주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도울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해 국가가 직접 복구에 나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  6일 경북 울진군 죽변면 울진봉평신라비전시관에 마련된 산불 현장지휘본부 옆에서 대한적십자사봉사회원들이 현장에서 근무하는 공무원과 산불진화대원 등에게 나눠줄 국을 준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 6일 경북 울진군 죽변면 울진봉평신라비전시관에 마련된 산불 현장지휘본부 옆에서 대한적십자사봉사회원들이 현장에서 근무하는 공무원과 산불진화대원 등에게 나눠줄 국을 준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삼성 30억원 등 산업계와 금융계 성금 기부 본격화

산불 피해 주민의 구호를 돕기 위한 각계의 성금과 온정도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은 구호 성금 30억원을 기부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물산 등 8개 계열사가 참여했다. 삼성은 성금과 별도로 이재민을 위해 생필품 등으로 구성된 재해구호키트 1000개도 제공하기로 했다.

SK그룹은 구호 성금 20억원을 기부한다. SK그룹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하는 기부금은 구호 물품 지원과 피해지역 복구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와 함께 주요 대피소에 와이파이와 IPTV, 휴대전화 충전 서비스를 지원하고 이동기지국을 투입해 통신 서비스도 유지한다. SK텔레콤은 생수, 담요 등의 긴급구호 물품도 이재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10억원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전달한다. 신한은행은 피해 주민에게 개인당 5000만원 이내의 긴급생활안정자금, 피해 기업과 협력업체에 각 5억원 이내의 운전자금도 지원한다. 기존 대출의 분할상환금의 상환 유예와 만기 연장, 최대 1.0%포인트의 대출이자 감면 등도 실행한다.

KB금융그룹도 성금 10억원을 전달한다. KB국민은행은 피해금액 범위에서 특별 대출도 지원한다. 긴급생활안정자금으로 최대 2000만원까지 개인대출이 가능하고, 기업(자영업자·중소기업 등)은 최고 1.0%포인트 특별우대금리로 최대 5억원의 운전자금 등을 빌릴 수 있다.

롯데그룹은 성금 10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 SK그룹이 울진·삼척 등지의 대규모 산불 피해로 고통을 겪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구호 성금 20억 원을 기부하고 통신 지원에 나서는 등 안전망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 SK그룹이 울진·삼척 등지의 대규모 산불 피해로 고통을 겪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구호 성금 20억 원을 기부하고 통신 지원에 나서는 등 안전망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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