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려운 일에 부딛쳤을 때
금방 일어설 수 있는 용기보다는
차분한 겸허 속에서 우러나는 지혜를 주시옵고
견딜 수 없는 아픔에 젖어들 때
고통으로 신음하기보다는 그 괴로움이
오히려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힘의
여력으로 쓰이게끔 용기를 주시옵고
참을 수 없는 힘겨움에 지쳐을 때
주저 앉아 자신을 원망하기 보다는
더 높은 곳을 향해 치뤄야 할
과정의 부분임을 일깨우는 현명함을 주시웁고
세상을 혼자 버티기에 버거울때
나만이 혼자라는사실보다는 내 주위를
둘러싼 모든 사물이 자신의 노력으로
살아가고 있는 냉철한 위안을 주시어
어떤 일이 있어도 근심하지 않고
고독하여도 그 고독에 명상할 수 있도록
성숙한 이성을 주시옵소서
■ 손남태 시인 =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농민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NH농협 안성시지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문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PEN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그 다음은 기다림입니다' 등 6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