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권 작가·칼럼니스트
▲ 한상권 논설위원

폭력은 어떠한 이유에서든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게 시대의 목소리다. 더군다나 자신의 입장에서 해석된 논리를 관철시키기 위한 강압이라면 그 진정성은 의심받게 된다.

지난 2월 24일(현지시간)부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뿐만이 아니라 주요 거점도시를 공격하고 있다.

러시아는 친서방정책을 펴는 우크라이나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명분으로 침공을 단행하고, 궁극적으로는 친 러시아 정부 수립을 계획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역사적 영토이자 자신들의 안보적 요충지인 우크라이나를 되찾아야 한다는 낡은 집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양새다. 소련 연방이 해체되어 독립한 국가를 다시 귀속시켜야 한다는 욕심은 잘못되고 무식한 식견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싸움에는 명분이 있을 것이다. 그 명분이 오직 자신의 목소리만 담겨 있다면, 그리고 이웃들의 의견이 무시된 거라면, 그 합리성을 고려하더라도 결과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국제사회에서 우크라이나는 자주 국가로 인정받는다. 선거와 투표권이 작동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존중받기 때문이다. 역사적 배경이 어찌 되었건 그들의 선택과 책임은 엄연히 그들의 몫이다.

중화기와 기술적 우위에서 압도하는 러시아군의 거침없는 행진은 일반 시민들의 결사항전에 멈추고 있다. 애초 공격 개시 2시간이면 수도 키예프를 점령할 거라던 모스크바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우크라이나 상황을 남 일 같이 느끼지 않는 이유는, 매일 같이 SNS로 생생하게 전해지는 영상 덕분이기도 하다. 두려움 속에서도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전쟁의 참상을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전하고 있다.

우리는 그 안에서 딸과 헤어지는 아버지가 되기도 하고, 폭격을 피해 아이를 낳는 산모가 되기도 한다. 결혼식을 끝내자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함께 자원입대한 신혼부부가 되기도 한다. 이런 모습 하나하나가 명분 없는 전쟁의 모든 걸 말해주고 있다.

아픈 사람이 아픈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동맹국 하나 없는 우크라이나, 미국 주도의 서방세계와 러시아와의 틈바구니에 끼인 우크라이나를 보면서 근현대사의 우리의 고통이 떠오르는 건 나뿐일까.

강대국 틈에서 국토를 유린당한 대한민국의 역사적 서러움을 겪었던 우리들은 우크라이나의 용기에 힘을 보태야 한다. 한발 물러선 관망이 아닌 그들의 싸움이 외롭지 않도록 하면 좋겠다.

우리도 국제사회의 중요한 일원으로서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경제 제재에 동참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물자 지원도 고려해야 함은 물론이다. 장기적으로는 경제 지원으로 한국의 성장을 배울 수 있도록 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지난 수 백 년간 외로움을 느껴본 우리다. 비슷한 처지의 누군가가 있다면 기꺼이 손을 내밀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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