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가디언] 안전기반 없는 경영성과 사상누각이다
[세이프가디언] 안전기반 없는 경영성과 사상누각이다
  • 김창영·이찬우 기자
  • 승인 2022.02.2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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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처법 '최일선' 박종선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
안전 '낭비' 아닌 '투자' 인식하는 의식 전환 시급
가격 먼저 선택하는 관행도 안전산업 발전 걸림돌
추락·끼임·충돌 후진국형 재해 탈피 시급한 상황
안전관리자 선임 '30인이상 사업장' 원복도 필요
▲ 사진설명 ⓒ 세이프타임즈
▲ 박종선 대한산업안전협회장이 23일 구로구 집무실에서 세이프타임즈와 인터뷰를 통해 중대재해처벌을 비롯한 안전현안에 대한 철학과 소신을 밝히고 있다. ⓒ 이찬우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노사 모두 반발하고 있다. 기업은 경영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노동계는 법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같은 시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기관이 있다. 산업재해로부터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1964년 설립된 국내 최대의 종합컨설팅기관 대한산업안전협회. 한국의 산업안전 예방 활동의 태동과 발전을 이끈 '민간재해예방전문기관'이다.

중앙회를 비롯해 전국 7개 지역본부와 21개 지회를 두고 기술사와 박사 등 1100여명의 산업안전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는 안전전문기술단체다. 특히 국내 민간재해예방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돼 공공성과 공익성을 인정받고 있다.

안전종합 인터넷신문 세이프타임즈가 23일 취임 1년을 맞은 박종선 협회장(64)을 서울 구로구 사무실에서 만나 중대재해처벌을 비롯해 안전전반에 관한 현안을 들어봤다. [편집자]

- 회장 취임 2년차가 시작됐다

"2021년은 '단순한' 1년이 아니었다. 취임 첫 해이기에  팽팽한 긴장감과 집중력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등 안전관리 패러다임의 변화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했다.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고객들의 빗발치는 요구에 정신없이 대응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냈다.

특히 지난해 안전분야에 많은 이슈가 발생했다. 법과 제도의 변화에 따른 어려움도 있었지만 1100여명의 임직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어려움들을 극복해온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미래를 향한 개혁과제를 명확하게 확인했다. 급변하는 환경과 정부와 회원사가 요구하는 수준 이상으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조직운영의 효율성, 기술개발에 대한 선제적 투자, 전문성 제고를 위한 직원들의 역량개발 등에 좀 더 노력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안전관리 패러다임의 변화로 정부와 고객의 눈높이, 기대치에 적극 부응해 나갈 수 있도록 선제적인 투자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고객들의 안전관리 수준 향상이 요구되고 있는 만큼 보다 차별화된 컨설팅을 제공하겠다.

체계적이고 과학화된 안전관리가 산업현장 전반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안전 플랫폼을 개발하고, 빅데이터 구축 등을 위해 전산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 시행된 만큼 산재예방 거버넌스(Governance)체계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전문성, 기술력, 기동성 제고에 초점을 맞춘 조직개편도 단행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 등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체계도 지속적으로 유지하겠다. 산업재해 예방은 정부와 노사, 민간재해예방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 사진설명 ⓒ 세이프타임즈
▲ 박종선 대한산업안전협회장이 23일 구로구 집무실에서 세이프타임즈와 인터뷰를 통해 중대재해처벌을 비롯한 안전현안에 대한 철학과 소신을 밝히고 있다. ⓒ 이찬우 기자

- 민간재해예방기관으로서 협회 역할은

"산업안전 정책은 고용노동부를 비롯해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에서 수립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전국의 모든 사업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하기는 어렵다. 정부 정책의 이행과 실효성 확보를 위한 노력과 동시에 컨설팅 등을 통해 정부 정책의 안내와 홍보에 적극 나서겠다.

협회는 안전관리업무수탁 사업장 8800곳, 안전관리기술지도 사업장 3000곳, 회원 3600명 등을 대상으로 현장 맞춤형 안전관리와 안전관리자 역량 향상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렴되는 현장의견을 정부 등에 전달하고 있다.

안전의 소중한 가치를 지역사회에 전파하기 위한 활동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2015년부터 노사 합동으로 사회공헌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전사적으로 헌혈 봉사활동, 사랑의 재생PC 나눔사업, 취약계층 주거공간 안전점검, 안전 관련 학과 장학금 지급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도 해오고 있다."

- 산업재해 예방 주요 성과는

"설립 이후부터 좌고우면하지 않고, 한결같이 안전분야에서만 역량을 키워왔다. 전문성을 기반으로 회원사업, 안전관리업무위탁, 안전진단, 안전교육, 안전인증, 안전검사, 건설안전, 시설안전 등 산업안전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산업재해 예방활동 증진'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정부 국정과제인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에 적극 부응하기 위해 '사고성 중대재해 특별 감소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끼임, 추락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고위험 사업장을 대상으로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전국 28곳의 기관장이 현장을 방문, 사업주와 경영진과의 면담을 통해 안전 최우선 경영을 실천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발견된 위험요소들이 개선되지 않고 방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추적관리를 하고 있다. 사망사고가 많은 건설업의 추락재해 예방을 위한 특별안전점검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50인 미만 사업장 경영진 418명에게 무료로 안전경영교육을 실시하는 안전의식 제고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같은 활동을 바탕으로 2021년 기준 안전관리 사업장의 사고성 사망재해가 전년 대비 10%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 사진설명 ⓒ 세이프타임즈
▲ 박종선 대한산업안전협회장이 23일 구로구 집무실에서 세이프타임즈와 인터뷰를 통해 중대재해처벌을 비롯한 안전현안에 대한 철학과 소신을 밝히고 있다. ⓒ 이찬우 기자

- 중처법이 산업안전의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규정 때문에 산업현장을 비롯한 사회 모든 영역에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도 사망재해에 따른 사업주의 처벌 규정이 있지만 중처법은 '1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하한선이 있기 때문에 체감 정도가 확연히 다르다.

중처법이 제정된 후에 안전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은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기관, 자자체 등 예전에는 산업재해에 크게 신경 쓰지 않던 영역에서까지 상당한 변화가 있다. 중처법에 따른 안전조치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조직을 신설하고,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기법·기술 개발 등 안전 관련 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고객사 니즈(needs)에도 변화가 생겼다. 안전관리수탁사업은 산안법에 근거하고 있는데, 사업장은 산안법에 따른 안전관리의 지도·조언 사항 외에도 중처법의 이행에 필요한 사항도 컨설팅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수많은 법무법인, 노무법인 등이 중처법 관련 컨설팅 사업을 시작하는 등 안전시장도 상당히 변화하고 있다.

이같은 환경변화에 발맞춰 조직 체질 개선을 위한 기반을 마련,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회장 직속으로 '중대재해 예방지원단'을 신설했다. 협회와 노조가 공동으로 '안전보건경영방침'도 선포했다. 임직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사람 중심의 인본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지원단은 고객사의 중대재해 발생시 실시간 대응 업무를 수행하는 등 고객과의 접점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게 된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위험성평가 절차 마련 등의 역할도 하게 된다.

중대재해 예방의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전문성, 기술력, 기동성 제고에 초점을 맞춘 조직개편도 조만간 단행한다.

▲ 사진설명 ⓒ 세이프타임즈
▲ 박종선 대한산업안전협회장이 23일 구로구 집무실에서 세이프타임즈와 인터뷰를 통해 중대재해처벌을 비롯한 안전현안에 대한 철학과 소신을 밝히고 있다. ⓒ 이찬우 기자

- 민간재해예방기관 '맏형'으로서의 역할도 해야 하지 않나

"고용노동부는 민간재해예방기관을 활용해 안전보건관리 무료 컨설팅 사업을 실시한다. 2200곳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사업에서 협회는 460개소(20.9%)에 대한 컨설팅을 수행하게 된다. 고위험 사업장 등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이행할 수 있도록 국내 최고의 민간재해예방기관인 협회가 앞장서겠다.

중처법 대응의 일환으로 고객사의 안전관리를 한층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2022년 안전관리 사업장 사고성 중대재해 특별 감소대책을 수립, 전국에 시달했다. 대책의 핵심은 8800여 고객사를 위험수준에 따라 분류하고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고위험 사업장 특별관리제도'를 운영한다.

이들 사업장에는 고급, 특급 기술인력을 투입해 관리한다. 특히 단 한 번의 사고로 인적·물적피해가 큰 화재·폭발위험 사업장은 전문기술인력이 컨설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

- 올해 시작하는 컨설팅 사업 고도화는 무엇인가

"일정한 상태·현상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고, 사고 가능성을 파악해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빈틈없는 관리에 나설 수 있도록 컨설팅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민간재해예방기관이 사업장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할 때 '유해위험요인을 관리하고 있다 혹은 하지 않고 있다'라는 식으로 한다.

'안전보건경영방침이 없으니 수립해라', '안전검사를 받지 않았으니 받아라' 등으로 구체적인 개선대책을 제시하기보다는 법적 의무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수준이다. 이같은 1차원적인 컨설팅에서 벗어나 각 사업장 현장 맞춤형으로 유해위험요인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며, 또 추적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가이드를 제시하겠다.

예를 들어 유해위험기계·기구, 설비 등에 대해 단순히 방호장치를 확인하는 수준이 아니라, 해당 유해위험기계·기구에 대한 위험성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개선대책을 제시하겠다. 안전작업 매뉴얼까지 제공할 계획이다. 원스톱 서비스(One Stop Service)를 통해 안전관리에 대한 사업장의 부담은 줄이고, 사업장 맞춤형 안전관리체계를 정착시켜 산업재해를 예방해 나갈 방침이다."

▲ 사진설명 ⓒ 세이프타임즈
▲ 박종선 대한산업안전협회장이 23일 구로구 집무실에서 세이프타임즈와 인터뷰를 통해 중대재해처벌을 비롯한 안전현안에 대한 철학과 소신을 밝히고 있다. ⓒ 이찬우 기자

- 산업재해 경감은 노사가 함께 해야 한다

"기업과 노조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법상 의무를 준수하려는 노력을 전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사업장별 맞춤형 재해예방활동, 기법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장 핵심은 노사가 안전활동을 전개함에 있어 '왜 우리가 안전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다.

안전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없는 상황에서 실시하는 안전활동은 '보여주기식 안전관리', '서류상의 안전관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노사 모두는 '안전에 투자하는 것이 중대재해를 겪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이득이 있다'는 인식을 하루 빨리 가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중처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가 현장에서 이행되는 원동력이다. 중처법에 따른 처벌을 회피하는 데에만 주력하는 부정적인 상황을 예방할 수 있는 밑거름이기도 하다. 중처법이 제정된 배경이 '재해가 발생한 기업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관행을 벗어나기 위함'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기업은 '안전에 기반하지 않은 경영성과는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하다'는 말이 이제는 현실로 다가왔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광주 신축아파트 붕괴사고'를 보면, 해당 아파트를 시공한 현대산업개발(HDC)의 주가는 사고 발생일 기점으로 2주간 44% 이상 폭락했다. 여전히 주가 회복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붕괴사고 외에 다른 악재가 없었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평가할 때 안전을 중요한 요소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기업은 '생산제일'에서 벗어나 이제는 진정으로 '안전제일'을 경영의 최고 가치로 여겨야 한다. 노조의 역할도 막중하다. 노동자는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대상이면서 의무주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노조는 임금인상, 고용안정 등의 이슈를 중요하게 다루어왔지만 지금부터는 안전문제도 중요 이슈로 삼아야만 한다. 산업재해 발생 후에 사용자측 책임을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업재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데 노동조합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경영진, 노조, 안전관리자 등 구성원 모두가 노력하고, 힘을 합쳐야 한다."

▲ 사진설명 ⓒ 세이프타임즈
▲ 박종선 대한산업안전협회장이 23일 구로구 집무실에서 세이프타임즈와 인터뷰를 통해 중대재해처벌을 비롯한 안전현안에 대한 철학과 소신을 밝히고 있다. ⓒ 이찬우 기자

-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을 위한 복안은

"2020년 기준 사고성 사망재해자 882명 중 714명(81%)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재해가 다발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재정적 어려움', '안전관리체계 미흡', '안전불감증'을 꼽고 싶다.

우선 소규모 사업장은 대기업에 대해 상대적으로 안전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에 따라 기업 존폐 위기를 겪는 사업장도 많은데, 안전에 쉽게 투자할 수 없다.

해결방안은 정부 지원이 확대되는 것이다. 정부는 영세 중소기업이 재정 부담에서 벗어나, 전문성을 갖춘 민간재해예방기관의 컨설팅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재원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컨설팅 사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은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관리가 상대적으로 취약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1997년 개정된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이다.  당시 정부는 IMF 외환위기 등으로 경제상황이 악화되자 안전·보건관리자 선임의무 대상 사업장을 기존 '30인 이상 사업장'에서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완화했다. 그리고 이 기준은 지금까지 적용되고 있다.

이에 따른 여파는 통계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전체 재해자 중 50인 이상 사업장의 재해자는 1997년 48.7%에서 2020년 25.3%로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30~49인 사업장 재해자수는 8.7%에서 7.6%로 줄어드는 데 그쳤다.

소규모 사업장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1997년에 완화한 안전관리자 선임기준을 다시 '30인 이상 사업장'으로 원복시킬 필요가 있다.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불감증도 문제다. '이 정도는 괜찮아', '그 전에도 이렇게 했는데 사고 나지 않았어'라는 식의 안전불감증은 소규모 사업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기업은 이런 안전불감증 타파를 위해 교육 등에 매진할 수는 여력이 있지만 소규모 사업장은 그렇지 않다. 사업을 영위하고, 존립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이기 때문에 안전의식이 뿌리 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불감증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협회와 같은 민간재해예방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진정으로 안전에 대한 의지가 있는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서는 정부가 재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민간재해예방기관이 기술적으로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협회는 지난해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무료 안전경영교육을 하고 있다. 민간재해예방기관에서 이같은 활동들이 널리 확산됐으면 한다."

- 추락·끼임·충돌 후진국 재해가 계속된다

"한국 산업재해에서 고질적인 문제는 추락, 끼임, 충돌 등 재래형 재해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는 점이다. 2020년 기준으로 이들 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전체의 57.3%(떨어짐 37.2%, 끼임 11.1%, 부딪힘 8.2%, 물체에 맞음 8%)를 차지하고 있다. 이 비율이 최근 10년 동안 큰 변화 없었다는 것은 큰 문제다.

재래형 재해는 흔히 '후진국형 재해'라고도 불린다. 그 이유는 안전모 등 보호구 착용, 작업난간 설치, 개·보수작업시 운전정지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만 지켜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본 안전수칙만 준수해도 재래형 재해의 80%가 예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래형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감독도 중요하며, 안전문화의 정착도 절실하다. 안전의식 개선을 위해 정부와 민간재해예방기관이 협력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내 안전은 내가 지킨다'라는 인식을 개개인 모두가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런 인식은 한국의 안전불감증을 타파해 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기업은 안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유지하는 가운데 안전에 대한 비용을 '낭비'가 아니라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특히 '생산'에 차질이 생기더라도 '안전하지 않으면 작업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전사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노동자, 노조의 역할도 막중하다.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고 있더라도 이를 이행하고 실천해야 할 주체인 노동자들이 기본안전수칙조차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다면 시스템은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노동자는 보호의 대상이자 안전을 준수해야 할 의무를 지닌 만큼 기업의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감독과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3대 안전조치 현장점검의 날'을 운영해 제조업에서 끼임재해, 건설업에서 추락재해 예방을 위한 감독에 나서고 있다. 감독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사업장들을 지도 점검해야 한다. 마냥 채찍만 가해서도 안된다. 안전관리가 우수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인센티브 제공 등 당근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시민사회의 남다른 자세도 필요하다. 산업재해는 일터에서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광주 학동 철거공사 붕괴참사'처럼 산업재해는 일반 시민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시민사회는 안전의 소중한 가치에 대해 공감하고, 지속적인 감시와 비판을 수행하는 동시에 실천적 안전문화가 일상생활 전반에 전파·확산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

▲ 사진설명 ⓒ 세이프타임즈
▲ 박종선 대한산업안전협회장(왼쪽)과 정연수 노동조합 위원장이 18일 노·사 합동 안전보건경영방침 선포와 중대재해 예방지원단 발대식에서 대표선서를 하고 있다. ⓒ 대한산업안전협회

- 4차산업혁명 시대에 협회는 어떻게 대응하나

"각 분야에서 4차산업혁명시대에 맞춰 IT 기술을 활용한 정보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안전분야도 지능형 CCTV, AI 기반 유해가스 감지기, VR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트윈, 안전보건 정보의 빅데이터화 등 기술 진보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산업이 복잡화, 다양화되면서 기존의 안전관리 방식으로는 더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센서 등의 Io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안전관리 방식으로 전환이 절실하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안전관리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내 통신업체, 센서업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최신 IoT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모니터링시스템, 디지털 트윈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현장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오는 7월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 행사때 기술을 선보일 계획이다.

안전보건 통합 전산화 시스템(스마플·Smart My Safety Platform)을 개발하고 있다. 안전보건관리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법에서 정한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안전보건 통합 전산화 시스템을 개발·보급해 중소기업에서 비용 부담 없이 안전보건관리를 보다 쉽고 편리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최신의 기술을 산업안전분야에 활용해 실질적으로 산업재해를 예방해 나가는 한편 안전보건관리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

- 산업안전 업무를 하는 민간단체가 많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일정 인원과 장비 등을 기준으로 안전관리전문기관에 대한 진입장벽을 마련해 두고 있다. 최소한의 업무 수행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정해 놓고 있다. 정부는 '안전관리전문기관 평가', '근로자 안전보건교육기관 평가' 등을 통해 업무성과에 대해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안전시장은 여전히 가격이 가장 큰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다. 단순히 처벌을 피하기 위해, 혹은 단순히 법상 의무를 준수하는 데 목적이 있는 안전관리에서는 서비스의 질보다는 가격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안전산업의 발전을 막고 있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저가 경쟁은 질 낮은 서비스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안전시장도 마찬가지다. 낮은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 요소인 상황에서 첨단장비에 대한 투자와 전문기술인력의 육성, 재해예방기법의 개발과 보급 등이 필요하지 않다. 다른 민간재해예방기관보다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면 그만인 것이다.

이는 수많은 위험요인들이 그대로 방치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현장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예방할 수 있는 떨어짐, 끼임, 넘어짐 등 이른바 후진국형 재해가 한국 산업재해유형 중 절반 이상(51.9%, 2020년 기준)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안전관리의 최종책임이 있는 최고경영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안전관리에 쓰이는 비용을 매몰비용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지속가능경영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안전에 대한 투자'라는 인식의 대전환이 절실하다.

협회는 최첨단 전문장비와 고급인력, 고품질의 서비스를 통해 인식 전환을 유도해 나갈 것이다. 다른 기관과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장의 신뢰성을 높여나가면서 안전산업의 발전을 이끌어 나가겠다.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는 '안전'에서 저가 경쟁은 매우 위험하다. 협회 주도로 고품질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나간다면, 안전시장의 질서도 자연스럽게 재정립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사진설명 ⓒ 세이프타임즈
▲ 박종선 대한산업안전협회장이 23일 세이프타임즈와 인터뷰에 이어 협회 현관 로비에서 포즈를 취했다. ⓒ 이찬우 기자

■ 박종선 제27대 대한산업안전협회장 △영등포고 △연세대 사회학과 △행정고시 34회 △국방대학원 국방관리학석사 △충남대 법학박사 △고용노동부 노사조정과장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장  △충남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 △대한산업안전협회 기획이사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외래 교수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국무총리 표창 △근정포장 ⓒ 세이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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