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기준' 허점, 산안공단 심사 대상서 빠져

▲ HDC현대산업개발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유해·위험방지 심사 대상에서 빠져 안전관리가 ‘자율’에 맡겨져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 현대산업개발
▲ HDC현대산업개발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유해·위험방지 심사 대상에서 빠져 안전관리가 '자율'에 맡겨져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 현대산업개발

노동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된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의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유해·위험방지 심사 대상에서 빠져 안전관리가 '자율'에 맡겨져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유해·위험방지 계획서 제출 대상에서 빠져 '자체 심사·확인 업체'에 해당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 따라 지정 기준에 부합하면 자체 심사·확인 업체로 지정된다. 사업주 스스로 유해·위험방지 계획서를 심사·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유해·위험방지 계획서는 건설업 중 높이 31m 이상 건축물 공사 등을 착공하려는 사업주가 안전 확보를 위해 착공 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제출해 심사·확인받는 제도다.

현대산업개발의 화정 아이파크 착공(2019년 6월) 직전인 그해 3월부터 4월까지 이 회사의 경기 파주시 운정지구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과 서울 고덕 5단지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장에서 2명의 노동자가 잇따라 사망했다.

두 사건을 포함해 3년 전인 2016년부터 모두 9차례나 산업재해가 발생해 5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하지만 공단에 유해·위험방지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됐다.

당시 자체 심사·확인 업체 지정을 위한 기준 가운데 하나인 '직전 3년간의 평균산업재해발생률'을 '사망 만인율'(인구 1만명당 사망자 수를 비율로 나타냄)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부상자는 빠진다는 것이다.

공단에 따르면 3년여 전만 해도 모든 재해를 포함해 평균산재발생률을 따졌는데, 기업들이 산재를 은폐하는 상황으로 이어지자 이를 예방하기 위해 사망 만인율로 바꿨다.

이 기준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직전 3년간 평균 산업재해발생률이 상위 200위 이내 건설업체 전체의 직전 3년간 평균 산재발생률보다 낮았다. 이는 자체 심사·확인 업체 지정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당국은 자율점검 대상 업체에서 사망자가 잇따르자 지난해 11월 산안법 시행규칙을 일부 개정했다.

자체 심사·확인 업체 지정 기준 중 '직전연도 8월1일부터 해당연도 7월31일까지(1년) 동시에 2명 이상 근로자 사망재해가 없을 때'를 '해당연도 8월1일을 기준으로 직전 2년간 근로자가 사망한 재해가 없어야 한다'로 강화했다. 다만 화정 아이파크 사업장은 시행규칙 개정 전에 착공돼 소급적용되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한 화정 아이파크 사업장에는 노동부와 공단, 지자체가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 동절기 자체 점검에 나섰다. 지난해는 점검이 없었다.

지난해 6월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학동 4구역에서 철거작업 중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철거·해체 작업 현장에 대한 전수점검은 있었지만, 신축 공사장은 점검 대상에서 빠졌다. 국토교통부 역시 지난해 9월 '물 고임' 현상을 보고 시정조치하는 데 그쳤고, 동절기 합동점검은 벌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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