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지은 전문위원· 변호사
▲ 오지은 전문위원· 변호사

의료현장에서 '병상부족'은 환자가 앉을 의자나 침대가 없다는 상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 환자를 돌볼 인력과 환자를 돌보기 위한 장비 등의 부족도 포함된다.

의료인 부족, 병상부족은 당장의 도움이 필요한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켜야 하는 과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의료인 부족으로 환자를 전원시켰지만 그 과정이 지연된 사안에 관한 판례를 소개한다.

편마비가 발생한 환자는 오후 6시쯤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 CT검사 결과 신경외과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태였다.

하지만 병원에 신경외과 전문의가 부족했고, 수술을 받더라도 중환자실 치료가 곤란한 상태였다.

의료진은 오후 6시50분쯤부터 5개의 상급 병원에 연락을 취했다. 오후 8시 34분쯤 한 병원으로부터 "전원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는다.

환자 보호자 역시 A병원에 직접 연락해 "전원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오후 8시 20분쯤 의료진에 이같은 사실을 알린다.

의료진은 보호자와 협의해 환자를 A병원으로 전원하기로 했다. 의료진은 오후 8시 38분쯤 구급차에 연락을 하고 응급환자 이송동의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3분 뒤 환자 의식이 혼미해지자 뇌출혈 악화를 의심해 기도삽관을 시행했다. 오후 9시쯤 인턴이 동승해 구급차로 A병원으로 환자를 전원시킬 수 있었다.

환자는 A병원 도착 당시 '반혼수상태'로 응급수술을 받았다. 이후 다른 병원들을 거쳐 지속적인 재활치료를 받고 있지만 '뇌병변 장애판정'을 받았다.

편마비로 인한 상지기능장애, 보행장애, 실어증, 중등도 인지저하 등의 상태가 나타났다.

환자 측은 소송을 제기했다. 처음에 방문한 병원이 △응급수술을 시행하지 않고 전원 결정 △경과 관찰과 적극적 진료행위를 게을리한 것 △상급병원의 전원 승낙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이송을 시도하지 않은 것들이 '과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환자측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2018가단5098183). 다만, 법원은 환자 상태를 고려할 때 △전원 갈 병원을 문의하는 과정이 소극적이었다는 점 △전원 가능하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후 이송조치가 지연된 것이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전원조치 지연 과실'로 환자의 상태가 악화됐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의료진의 사용자였던 병원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됐다.

병상부족으로 인한 의료사고는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중요하다. 환자측은 "의료행위 등이 지연된 과정 전체를 법적 과실"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환자의 질병이 어떤 것이고, 상태가 어땠는지, 병상부족이 어떤 의미의 상황이었는지, 의료진이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에 따라 법원의 판단은 달라진다.

위 사례는 코로나19 시국 이전이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병상부족으로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상담의뢰 사건들을 보더라도 그 수가 적지 않다.

결국 피해를 떠안는 것은 제일 힘없고 약한, 중증도 높은 환자들이다. 한정된 자원을 분배하려면 결국 누구를 먼저 살리고 치료할 것인가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각자 찾아간 병원에서 선택받아야 치료받을 수 있는 상황, 지금 누군가는 이미 경험하고 있다.

■ 오지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선의 대표변호사) △서울대 간호대 졸업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서울대병원 외과계중환자실(SICU) 근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사관, 심사관 역임 △경찰수사연수원 보건의료범죄수사과정 교수 △금융감독원‧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약품안전관리원 전문위원 △질병관리청‧서울시간호사회‧조산협회‧보건교사회‧간호대학학생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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