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신 칼럼] 신부와 관제탑 기사
[정이신 칼럼] 신부와 관제탑 기사
  • 정이신 논설위원
  • 승인 2021.12.17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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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은행에서 일했던 후배가 한 말이 있습니다. 총재에게 뭘 보고하려고 별도로 팀을 만들어 특별 보고서를 작성하면, 늘 같은 일이 생긴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경제 상황에 따라 모든 변수를 고려해야 하기에 ○개 정도의 계획(안)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가변상황을 모두 고려하기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다 집어넣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한두 달 정도의 숙려 기간과 집단토의 과정을 거치면 이게 정리된다고 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총재에게 보고할 때는 2개 정도의 안건으로, 많을 경우도 3개 정도로 정리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총재에게 보고할 때는 A안을 실행할 경우 이런 장단점이, B안의 경우 저런 면이 있다고 보고한다고 했습니다.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정리해야 할 일이 많이 생겨서, 후배의 말을 제가 누리는 시공간에 적용했습니다. 그랬더니 제가 누리는 시공간도 신부와 관제탑 기사로 정리됐습니다.

비행기가 오르내리는 공항에 가면 비행기의 이착륙을 통제하는 관제탑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비행기의 이착륙 시간을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비행장 바깥에서 신랑을 기다리는 신부는 자기의 신랑이 도착하는 시간을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다만 그녀는 이제 곧 신랑이 도착하리라는 기대감으로 그를 맞이할 준비만 하고 있습니다.

오기로 한 비행기의 착륙시간을 알고 있는 관제탑 기사와 정확한 때는 모르지만 신랑이 오겠다고 했기에 곧 오리라는 기대감으로 사는 신부가 지닌 삶의 자세는 다릅니다.

관제탑 기사에게 비행기의 정확한 착륙시간은 삶의 변화를 촉진하는 촉매제가 되지 못합니다. 그러나 신랑을 기다리는 신부에게 그가 온다는 시간은 삶을 행복하게 바꾸는 촉매제입니다.

말세와 종말을 엉터리로 포장해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들은 그리스도가 재림하는 때가 언제인가에 대해서만 필요 이상의 관심을 표명합니다. 저들은 성경에서 언급한 그리스도의 재림을 준비하는 마음 자세나 기독교인이 지녀야 할 바람직한 삶의 태도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재림의 날이 언제고, 자기들이 그날과 시간을 단장취의로 추정해 계산해 냈다는 것에만 큰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러나 수수께끼를 푸는 것처럼 '그날이 언제일 것'이라고, '언제였다'라고 말만 해 놓고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리는 사람답지 않게 살고 있으면 그는 가짜 기독교인입니다.

성경의 가르침을 따르는 기독교인은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그분이 재림하실 날을 함부로 말하지 않지만(마태복음 24:36), 늘 신랑을 기다리는 신부처럼 자신의 삶을 가다듬으며 삽니다.

관제탑에서 일하는 사람처럼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은 주로 사이비·이단이 주장하는 관점으로 성경을 읽는데, 저들은 대부분 그리스도의 재림을 거짓으로 포장합니다.

그러나 성경의 증언을 받아들여 끝날의 회복을 기다리는 사람은 그리스도의 신부로서 진정한 신앙인의 삶을 살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신랑이 탄 비행기의 착륙을 기다리는 신부처럼 삽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모든 걸 창조하셨으니, 마지막 날의 회복도 창조주가 진행하실 것으로 믿고, 기쁘게 기다리며 삽니다.

다른 게 아니라 틀리게 수수께끼를 풀고 있으면서도 그것에 집착해 살 것인지, 성경에서 말한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리는 신부처럼 기쁘게 기다리며 살 것인지 기독교인이라면 한 번은 점검해야 합니다.

끝날에 의인을 위한 생명의 부활이 있지만, 악인을 위한 심판의 부활도 있다고 예수님이 말씀했으니, 기독교인이라면 이걸 반드시 한 번은 살펴봐야 합니다.

한국 교회에 편만한 반지성주의가 잘못됐다고 말하기 위해 몇 권의 책을 썼습니다. 그러면서 저를 돌아보니 저도 관제탑의 기사처럼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면서 신부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모종의 작업을 수행 중입니다. 하나님이 시행하시는 두 종류의 수확이 있으니, 기독교인이라면 자신이 어떤 시공간에 살고 있는지 한 번 점검해 보십시오.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한양대 전기공학과 졸업 △백석대 신학대학원 졸업 △아나돗학교 대표간사 △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세이프타임즈에 '노희(路戱)와 더불어 책(冊)놀이' 연재, 칼럼집 <아나돗편지(같이 비를 맞고 걸어야 평화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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