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신 칼럼] 목사가 읽는 논어
[정이신 칼럼] 목사가 읽는 논어
  •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 승인 2021.12.0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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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과 더불어 논어(論語)를 읽습니다.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서 평가가 약간씩 다르겠지만, 제가 보기에 이 책에는 공자(孔子)뿐만 아니라 그의 제자들로 대변되는 고대 동양인이 말한 삶의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내용이 좋습니다.

▲ 정이신 논설위원
▲ 정이신 논설위원

20대 초반 군에서 의무복무를 하던 때는, 군인에게 진중문고로 보급된 논어를 한문으로 읽지 못하고 번역된 한글로만 읽었습니다. 50대가 돼 원문이 실린 한문으로 읽으니 다가오는 감도가 훨씬 더 진하고 강합니다. 한글 번역이 제한적으로 담고 있는 책에 담긴 지혜가 한문을 통해 훨씬 더 살갑게 다가옵니다.

예를 들어 불혹(不惑)이라고 했을 때, 저는 때로 이를 거꾸로 읽어 '남을 거짓으로 미혹하지 않아야 하는 나이가 됐다'로 읽습니다. 또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했을 때도 동양에서 천에 관한 생각이 자연천(自然天), 상제천(上帝天), 의리천(義理天)으로 전개된 걸 보고, 제가 생각하는 하늘의 명이 어디에 속한 건지 따집니다. 아직 제가 이순(耳順)은 아니기에 이순에 대한 재정의는 그 나이가 되면 해볼 생각입니다.

이 땅에서 올곧게 살아가기 위한 마음가짐을 가르쳐 주기 위해 아나돗학교에서는 재생과 같이 동양고전을 읽습니다. 요즘 '인성, 인성'이라고 노래를 부르고, 이걸 위해 비싼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고 학원가에서 시장 논리에 따라 입시용으로 가르칩니다. 그렇지만 인성은 이런 것으로 가꿀 수 있는 게 아니고, 제대로 된 텍스트와 해석이 있어야 자라납니다.

예전에 SNS에 제 생각이 담긴 이런 글을 써 놨더니, 어떤 사람이 '왜 목사가 공자의 말을 인용하느냐'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그게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구원의 지혜가 아니고, 삶의 지혜에 속한 것'이기에 썼다고 했습니다. 제 대답을 듣고 무안했는지 댓글 달았던 사람이 제 SNS에서 자신의 글을 지웠습니다.

제가 쓴 북향민 선교에 관한 글에 시비를 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신념에 의한 구원과 성경에서 말한 구원을 분간하지 못하고, 저를 ○파라고 거짓으로 글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그의 페이스북 프로필을 보니 그는 사이비·이단에 속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SNS 계정을 조정했습니다. 성령님이 주신 깨달음을 가지고 불필요한 논쟁을 벌이고 싶지 않아서 지금은 친구끼리만 놀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의하면, '하늘나라의 복음이 온 세상에 전파돼서 모든 민족에게 증언되는 날'에야 비로소 끝이 옵니다(마태복음 24:14). 따라서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일을 매듭지어야 합니다. 이게 하나님이 정하신 날을 맞아들이는 기독교인의 바른 자세입니다. 그런데 이걸 거짓으로 꾸며 장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기독교 선교학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아직 하늘나라의 복음을 알지 못하는,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들어보지도 못한 사람이 지구 인구의 50%를 넘는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날이 올 때까지는 예수님이 오실 것이란 플랜 A뿐만 아니라, 내일을 준비하는 플랜 BㆍC도 같이 필요합니다. 이게 제가 해 아래에서 하나님의 날을 기다리며 사는 방법입니다.

일부 근본주의자들이 그날이 곧 온다고 거짓말을 흩뿌리면서, 지금 우리에게 구원의 지혜만 필요하니 삶의 지혜는 하수구에 버리라고 주장하는 건 확증편향의 거짓말입니다. 만약 플랜 A만 작동되고, 하나님의 날을 눈과 손으로 헤아릴 수 있다면 오직 구원의 지혜에만 매달려서 그걸 활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플랜 B·C와도 같이 살아야 합니다.

극단적인 주장을 일삼는 근본주의자들의 소망과 달리 예수님이 강림하셔서 승리를 선포하실 날은 멉니다. 그러니 플랜 A를 토대로 한 플랜 B·C의 운용이 꼭 필요합니다. 멀고 먼 날을 위해 세상을 조금 더 유연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갖춰야 합니다. 이런 면에서 동양고전이 우리에게 주는 사유의 힘은 굉장히 좋은 친구입니다.

■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한양대 전기공학과 졸업 △백석대 신학대학원 졸업 △아나돗학교 대표간사 △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세이프타임즈에 '노희(路戱)와 더불어 책(冊)놀이' 연재, 칼럼집 '아나돗편지(같이 비를 맞고 걸어야 평화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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