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m 이상 '장대터널' 4년 1회 성능검사 의무화
대상 국도 136곳 중 검사완료 없는 것으로 드러나
규정 만들때는 언제고 이제는 "검사할 업체 없다"
지방국토청 "그거 해야 하는 건가요" 황당한 답변

▲ 국토교통부가 관리하고 있는 전국 국도 터널에 설치된 제트팬의 성능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이찬우 기자
▲ 국토교통부가 관리하고 있는 전국 국도 터널에 설치된 제트팬의 성능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이찬우 기자

# 지난해 2월 17일 오후 12시 25분쯤. 전북 남원 사내면 순천~완주 고속도로 상행선 사매2터널. 차량 30여대가 연쇄 충돌하면서 터널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돌변했다. 유독가스는 터널 내부를 가득 채우면서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5명이 숨지고 4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 이에 앞선 2008년 6월 22일.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울산~포항고속도로 범서 제2터널에서는 화물차 화재사고로 20여명이 연기를 흡입, 터널 공포에 떨었다.

# 2015년 10월 26일 경북 상주 낙동면 중부내륙고속도로 하행선 상주터널에서도 시너를 실은 화물차가 급정거, 터널 벽면을 들이받았다. 적재함에 실렸던 시너통이 도로위에 떨어지면서 폭발화재로 비화됐다. 차량 11대가 불에 타고 2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처럼 터널화재는 순식간에 대형 참사로 비화된다.

한국화재소방학회장을 역임한 김엽래 경민대 교수는 "터널화재는 순식간에 유독가스를 내뿜어 대형 인명피해를 동반하는 특성이 있다"며 "폐쇄된 공간에 발생하는 사고이기에 운전자와 시민들은 극심한 공포감을 준다"고 말했다.

공포속에 이어지는 터널화재. 영화같은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일에도 서울~분당 내곡터널을 달리던 5톤 화물차에서 불이 났다. 시민들은 차를 버리고 대피해 일대 교통이 2시간 넘게 마비됐다. 쓰레기 화물차에서 갑자기 불이 나면서 연기가 터널 전체를 삽시간에 집어 삼켰다.

대형사고가 터지면 관계부처는 앞다퉈 '사후약방문'을 내놓고 있지만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 국토교통부가 관리하고 있는 전국 국도 터널에 설치된 제트팬의 성능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이찬우 기자
▲ 국토교통부가 관리하고 있는 전국 국도 터널에 설치된 제트팬의 성능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이찬우 기자

25일 세이프타임즈가 창간 6주년 특별기획으로 방재 전문가와 집중 취재한 결과 터널안전 총괄 책임기관 국토교통부(장관 노형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의 무사안일과 허술한 정책관리로 인해 '제2의 참사'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터널 대형참사를 차단해 줄 핵심시설인 '제트팬(JET FAN)' 관리가 엉망으로 드러났다. 김엽래 교수는 "제트팬은 화재때 유독가스나 열기류를 제어하는 제연설비"이라며 "터널에서 유독가스를 제어, 인명피해를 줄여주는 가장 핵심적인 장치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이프타임즈가 취재한 결과, 국토교통부가 직접 관리하는 위험도가 높은 국도 1000m 이상의 '장대터널'은 전국 136개.

국토부는 사매 2터널화재 발생 후 '도로터널 방재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을 개정해 제트팬 관리를 엄격히 하겠다고 발표했다. 핵심인 장대터널 제트팬을 2016년까지 2020년까지 성능검증을 4년에 1회 받도록 했다.

그러나 세이프타임즈가 취재한 결과 이같은 규정에 따라 성능 검사를 받은 곳은 단 1곳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토부 도로시설안전과 관계자는 "규칙은 제정했지만 성능검사를 시행할 곳이 없어서 통계가 없다"며 "규칙을 개정해 기준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터널 화재가 급증해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유명무실한 주먹구구식 규칙을 제정해 '눈가리고 아웅식 안전정책'을 펼쳤다는 얘기다.

▲ 국토교통부가 관리하고 있는 전국 국도 터널에 설치된 제트팬의 성능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이찬우 기자
▲ 국토교통부가 관리하고 있는 전국 국도 터널에 설치된 제트팬의 성능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이찬우 기자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방국토관리청은 '제트팬 성능 검증'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 심지어 세이프타임즈 취재진에게 "제트팬 성능 검증이 뭐냐"고 되레 물어 보는 황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속리(1200m)·봉계(1600m)·진천터널(1000m)을 관리하는 보은국토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점검한 사실도 없고 관련 규정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토청은 더 황당했다. 전혀 성격이 다른 소방점검을 했다고 했다. 개운치(2200m)·운암터널(1000m)를 관리는 남원국토관리사무소는 "올해 1곳에 대해 소방점검을 했다"며 "그게 그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도로도 차단하고 정밀 안전점검을 해야하는 제트팬 성능점검과는 성격이 다른 것"이라고 설명하자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유독가스 확산을 막기 위해 성능점검은 필수적"이라며 "터널화재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4년에 한 번 하는 검사 주기도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오 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공학박사·소방기술사)는 "지침에 세부 측정방법까지 명시돼 있지만 지키지 않으니 유명무실한 규정"이라며 "통상 제트팬 성능점검때 풍량 등 전기적인 점검과 병행해 중량 2~3톤에 제트팬이 설치된 천정콘크리트 균열, 케이싱 부식 등을 점검해 추락 위험성도 정기적으로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터널안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제트팬 성능 점검이 국토부의 무사안일한 정책으로 방치되면서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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