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복후차계(前車覆後車戒). 앞에 가는 수레가 엎어지면 뒤에 가는 수레는 그것을 보고 교훈을 삼는다. 앞사람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자연이 주는 실패의 교훈을 무겁게 경험했다. 유례없는 미증유의 사태는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 한상권 작가·칼럼니스트 ⓒ 세이프타임즈
▲ 한상권 논설위원

수만 년 동안 자연의 터전을 지켜온 동식물은 인간의 침범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갈 길을 잃어 도심을 뛰어다니는 고라니는 오늘도 죽음을 맞이한다.

인도(India)의 도심 한복판에 나타난 표범은 왜 그곳에 있어야만 했는지 우리가 외면할 수 있을까. 그들의 영역은 이제 인간의 차지가 되어버렸다.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섬에 서식하는 박쥐는 사람에게 아무런 해가 되지 않았다. 그들이 사는 정글로 들어갈 필요도 없었고, 그들은 우리가 사는 집 앞으로 올 필요도 없었다. 서로의 면역체계를 넘나들며 그렇게 변형 바이러스는 창조되어왔다.

잘 생각해 보면 인간과 동물이 충돌하기 시작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디에서부터 면역체계가 무너지며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게 되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생태학자인 최재천 교수는 저서《코로나 사피엔스》에서 "역사상 전례 없는 인류의 자연 침범, 그리고 바이러스에게 역대 최고의 전성기를 제공하는 공장식 축산과 인구 밀집, 지구 온난화, 이 모든 것은 인간이 만들어냈다"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 사스, 메르스도 그랬고 이번 코로나19 역시 자연에서 온 바이러스의 변형이라는 건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결국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은 넘지 말아야 할 생태계의 선을 넘어 발생한 자연의 불균형에서 터져 나왔을지도 모른다.

환경의 변화,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의 위기가 우리에게 주는 고통을 부정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코로나 19 사태에 관한 인과관계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해서 자연이 주는 경고를 무시할 수는 없다.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연을 바라봐야 한다.

지난달 31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국제규약 협상을 시작했다.

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40%로 상향하겠다'라고 공개 선언했다. 무리일 수 있으나, 적절한 도전임은 분명하다. 이처럼 자연과 환경을 대하는 세계의 움직임은 어느 때보다 빨라졌다.

성찰을 통해서 우리가 움직여야 할 방향이 명확해진다면 용기를 가지고 변화를 만들어 내어야 한다. 행동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환경문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자연을 훼손시키면 당장은 이득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더 큰 경제적 손해가 발생하고, 나아가서는 인간의 삶을 위협할 수 있다는 성찰이다.

지난 1일부터 무려 1년 10개월여 만에 위드코로나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제는 기대 반 걱정 반인 감정을 넘어서서 자연으로부터 오는 경고의 메시지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는 혜안(慧眼)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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