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부당지원 없다는 소명에도 과도한 제재"

닭고기 전문기업 하림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총수 2세가 소유한 회사에 부당한 이익을 몰아줬다가 49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하림 계열의 팜스코, 선진, 포크랜드 등 8개사와 올품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48억88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2017년 조사를 시작한 지 4년만의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하림은 2010년 그룹 차원에서 김홍국 회장에서 장남인 김준영씨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법인을 증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승계 첫 단계로 김 회장은 올품 지분 100%를 장남 김씨에게 증여했다. 올품이 그룹 경영권 승계의 핵심고리가 되면서 하림그룹은 올품에 막대한 이익을 몰아줬다.

양계용 동물약품만 제조했던 올품 자회사인 한국인베스트먼트는 2012년쯤부터 동물약품 전체 시장에서 40%가 넘는 양돈용 동물약품에도 진출했다.

사업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신생회사에 불과했던 한국인베스트먼트를 지원하기 위해 하림은 계열 농장들이 동물약품을 각자 구매하는 방식에서 올품을 통해서만 구입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통합구매를 통한 비용 절감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계열 농장들에는 높은 가격이 청구됐다.

올품은 대리점의 적극적인 자사 제품 판매를 유도하기 위해 계열농장에 동물약품을 공급하는 대리점별로 자사 제품의 판매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면 판매마진을 많이 주는 '충성 리베이트' 전략을 사용하기도 했다.

계열 사료회사는 기능성 사료첨가제를 구매하면서 올품에 통행세를 내기도 했다.

배합사료를 제조하는 계열사는 사료첨가제를 직접 구매했지만 2012년 초부터는 올품이 통합 구매창구가 됐다. 구매 과정에서 사실상 아무런 역할이 없는 올품이 거래 단계에 추가될 경우 시장상황 파악이 늦어지고 단가경쟁에도 뒤처질 수 있다며 계열 사료회사는 반대의견을 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약품과 사료첨가제 구매, 주식저가 매각 등을 통해 올품이 부당하게 지원받은 금액은 약 7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올품이 그룹 경영권 승계의 핵심 회사가 됨에 따라 하림그룹에서는 올품에 대한 지원을 통해 상속 재원을 마련하고 그룹 경영권을 유지·강화하려는 유인구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육 국장은 "이같은 부당 지원이 동일인(총수) 2세가 지배하는 회사를 중심으로 한 소유집중을 강화하고 경쟁력과 무관한 사업상 지위를 강화해 시장집중을 발생시킬 우려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행위에 비해 제재 수위가 낮다는 지적에는 "부당지원행위에 대해선 대체로 대규모기업진단을 중심으로 조사·적발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행위가 중견기업 집단 시기에 발생한 점을 많이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림은 2016년 4∼9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하림은 이날 공정위의 처분에 대해 "올품에 대한 계열사들의 부당지원이 없었다는 점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과도한 제재가 이뤄져 아쉽다"면서 "공정위의 의결서를 송달받으면 이를 검토해 해당 처분에 대한 향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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