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현장에서의 치료과정을 두고 의사와 환자는 대척점에 선다.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 치료를 하는 의사는 정보가 많지만, 환자는 그렇지 못하다.
그러나 결과를 감당하는 건 오롯이 환자의 몫이다. 치료가 가진 위험성은 언제든 실제로 나타날 수 있다. 환자가 치료에 관해서도 그 위험성에 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의료현장에서 설명의무는 중요하다. 정보가 많은 의료인측이 정보가 적은 환자측에 알려줘야 '알고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환자 본인이나 그 가족이 위험성을 알고 감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설명의무가 제대로 이행돼야 '자기결정권'이 보장될 수 있다.
법원도 인정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환자의 동의 없이 폐를 절제한 의사와 학교법인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 2021년 7월 8일 선고 2020다213401판결).
의사는 환자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수술 등에 관해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설명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법원은 환자 본인이나 그 가족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해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하는 사항을 설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야 환자가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판례 사안에서 의료진은 폐조직검사(쐐기절제술) 외에 추가로 폐엽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는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폐조직검사(쐐기절제술) 후 환자 동의 없이 폐의 우상엽 전체를 절제했다. 1심 법원은 폐조직검사(쐐기절제술) 동의를 받는 과정을 근거로, 폐엽절제술 설명을 들었더라면 절제술을 받겠다는 동의를 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했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법적으로 보장된다는 법리는 이 사안에서 처음 설시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 사안에서 재판부는 통상적인 설명의무 위반 사건과 달리 위자료 외에 전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설명의무의 입증책임이 의료진에게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소송하는 입장에서 경험해 본 바에 따르면)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1심 판결을 했던 재판부는 환자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폐엽절제술에 관해 헌법상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와 자기결정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안은 1, 2, 3심 모두 양측이 치열하게 공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사안에서 설명의무의 중요성과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는 점은 의료진의 입장에서 무겁게 받아들일 만하다.
코로나 시국을 겪으며 의료관련 이슈를 뉴스에서 보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음을 느낀다. 의료현장의 일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법적 판단이 이루어지며 관련법이 만들어지기도 하는 것, 이제는 이례적인 것이 아니다.
■ 오지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선의 대표변호사) △서울대 간호대 졸업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서울대병원 외과계중환자실(SICU) 근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사관, 심사관 역임 △경찰수사연수원 보건의료범죄수사과정 교수 △금융감독원‧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약품안전관리원 전문위원 △질병관리청‧서울시간호사회‧조산협회‧보건교사회‧간호대학학생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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