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실격, 성찰적 메시지에 폐부 찌르는 감성·배우들 열연도 호평 ⓒ JTBC 제공
▲ 인간실격, 성찰적 메시지에 폐부 찌르는 감성·배우들 열연도 호평. ⓒ JTBC 제공

동명 소설인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만큼이나 무겁고 암울하다.

마찬가지로 작품의 완성도 또한 흠잡을 데 없지만 주말 밤 안방극장에서 편안하게 보기에는 마음이 힘든 게 사실이다.

전도연과 류준열을 스크린이 아닌 TV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은 JTBC 10주년 특별기획 드라마 '인간실격'의 시청률은 1회 4.2%(닐슨코리아 유료가구)에서 점점 하락해 최근 1%대로 주저앉았다.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 나이를 먹어가는 여자 부정(전도연 분)과 아무 것도 못 될 것 같은 자신이 두려워지기 시작한 청년 강재(류준열)의 이야기는 현실 중에서도 '바닥'을 보여준다.

극 초반 부정이 아버지 앞에서 "세상에 태어나서 아무것도 못됐다"고 눈물 흘리는 장면이나, 과거 유산했던 일을 떠올리며 "비교할 수도 없이 작은 일로 내내 지옥 같은 시간 속에 있었다"고 내레이션하는 장면은 삶에서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시청자들의 깊은 공감을 끌어냈다.

멜로극의 거장으로 불리는 허진호 감독의 감성적인 연출은 부정과 강재의 관계 변화도 섬세하게 그려내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서로 다른 세상을 살아왔지만 슬픔이 묘하게 닮은 두 사람이 서로 상처를 위로하면서 공감과 연민을 넘는 관계로 발전하는 과정도 숨죽이고 지켜보게 된다.

2막을 앞두고 부정의 삶을 잠식한 아픈 과거도 조금씩 드러난다. 아란(박지영)의 대필 작가로 살면서 겪은 일들, 그리고 아란과의 사이에 얽힌 정우(나현우)의 등장 등 이야기가 좀 더 복합적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명배우들의 연기를 안방에서 관람할 수 있는 것도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전도연은 위태롭게 방황하고 상실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부정 그대로의 모습이다. 초반 무덤덤하게 감정이 없던 모습부터 유산 기억을 떠올리며 진하게 남은 상처를 소리 없는 눈물로 드러내기까지 먹먹한 그만의 표정, 말투, 분위기가 작품의 분위기를 결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흡을 맞추는 류준열 역시 '하류인생'을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고, 내레이션이 중요한 작품에서 특유의 매력적인 목소리로 뛰어난 전달력을 보여주면서 작품의 진중한 분위기에 힘을 더한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10일 "'인간실격'은 작품으로서는 손색이 없다. 허 감독이 워낙 인간의 폐부를 찌르는 메시지를 잘 만들어내고 있기도 하다. 세상이 너무 시끄러운데 가을 감성에 딱 맞는 드라마"라고 호평했다.

그러면서 "'나는 아무것도 이뤄놓은 게 없어요'라는 부정을 보면 자책감이 들면서 TV를 꺼버리려는 마음이 들고, 안방에서 보기에는 외면하고 싶은 장면들이 많아서 시청률이 저조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곁들였다.

요즘 드라마 시장은 이미 시청률이 만사는 아니라는 이야기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추면 '베스트'이지만, 때로는 작품성에 몰입한 드라마들도 필요하고 그런 작품들이 국내 드라마의 스펙트럼을 넓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진정성이 큰 작품이다. 최근 드라마들이 대부분 표피적인 재미, '사이다' 같은 속 시원한 전개, 자극적 장면에 경도돼 있는데 '인간실격'은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정극"이라며 "너무 무거워서 대중성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지만 이런 작품들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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