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상청 슈퍼컴퓨터 4호기 ⓒ 기상청
▲ 기상청 슈퍼컴퓨터 4호기. ⓒ 기상청

기상청이 몇백억 원짜리 슈퍼컴퓨터를 구매한 뒤 교체 주기가 되면 성능 저하가 없어도 그대로 '고철 처리'를 해왔다는 점이 8일 밝혀졌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고가 장비인 만큼, 교체 주기가 지난 슈퍼컴퓨터에 대한 재활용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이 기상청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상청은 2000년 166억원을 들여 도입한 슈퍼컴 1호기를 2006년 120만원에 고철 처리했다.

2005년에 485억원을 들인 2호기와 2003년 541억을 투자한 3호기 역시 마찬가지의 절차를 거쳤다.

이들 장비는 2020년 7월 고철 처리됐는데, 회수한 금액은 두 장비를 합쳐 7800만원에 그쳤다.

결국 1~3호기 도입 비용 1천192억원 중 고철 처리 비용으로 회수한 금액은 7천920만원에 불과하다고 권 의원 측은 지적했다.

특히 슈퍼컴 3호기의 경우 매각 당시 평가 가치가 여전히 100억원을 넘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나 기상청은 연간 유지비용이 높고 매수자가 없다는 이유로 적정가격에 처리하지 못했다.

문제는 이러한 사용 연한이 지난 슈퍼컴퓨터의 성능이 여전히 뛰어나다는 데 있다.

권 의원 측에 따르면 현재 6년이 지난 슈퍼컴퓨터들은 여전히 500위권 내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5년 기상청에 들여와 사용 연한(5년)을 넘겨 처분 절차를 기다리는 슈퍼컴퓨터 4호기 '누리'와 '미리'도 각각 세계 209위, 210위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기상청은 여전히 이들 슈퍼컴에 대한 구체적 처분 계획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이전처럼 헐값에 '고철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권 의원 측의 지적이다.

권 의원은 "해외 사례를 보면 조달·구매 단계에서 수거 조항을 삽입해 연구기관용으로 재사용되거나 외교용으로 저개발 국가에 기부되고 있다"며 "혈세로 큰돈을 들여 비싼 장비를 산 만큼 우리도 퇴역 슈퍼컴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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