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신 칼럼] 그 교목, 저 간사
[정이신 칼럼] 그 교목, 저 간사
  •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 승인 2021.10.0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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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하나] 모 대학교에서 교목들을 만났습니다. 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사이비·이단에 빠져 있었기에, 그걸 의논하려고 만났습니다. 그런데 교목들이 제게 그랬습니다. 자신들이 신학박사지만, 기독교 사이비·이단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그래서 그들이 사역하는 학교 학생들이지만, 그들은 기도만 할 뿐이고 그 학생들에게 손 쓸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같이 간 학부모와 함께 총총걸음으로 그들의 사무실에서 나왔습니다.

그들과 헤어진 후 그들이 했던 말의 의미도 잘 모르고, 처음에는 멍청하게 우쭐댔었습니다. '아, 신학박사도 사이비·이단은 잘 모르겠다고 하니, 기독교상담은 제대로 하지 못하겠구나.' 이게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이었는지 10여 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됐습니다.

대학교의 교목까지 하면서, 신학박사 학위는 왜 받은 것일까요. 예수님과 성경을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은 건,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기 위한 삶을 살겠다고 각오를 다진 게 아닌가요.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기 위해 신학박사들이 해야 할 일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그들이 그 일을 못 하겠다고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이제야 알게 된 것이지만, 제가 교목들에게 들었던 저 말은, '자신들은 귀찮아서 그렇게 골치 아픈 일은 하기 싫다'라는 회피성 발언이었습니다. 그들이 설탕으로 버무려서 제게 해 준 칭찬에, 뭣도 모르고 어깨에 힘이 들어간 반응을 보였던 게 부끄러웠습니다.

기독교인이 신앙의 역동성을 잃으면 안 됩니다. 어떻게 신학박사가 사이비ㆍ이단에 대해 잘 모르니 자신은 손댈 수 없다고, 어둠에 빠진 영혼을 바른길로 인도하는 걸 포기합니까.

제가 섬기는 교회에서는 북향민이 한국 교회를 위해 기도합니다. 사선을 넘어온 북향민이 자기들이 보기에도 안타깝다고, 사이비ㆍ이단에 빠진 한국 사람을 위해 기도합니다. 북한에 있는 지하교회 성도가 한국 교회를 회복시켜 달라고 기도하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합니다.

▲ 정이신 논설위원
▲ 정이신 논설위원

[이야기 둘] 모 선교단체에서 간사로 일할 때, ○○산에 있는 대학교에서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겨울이었는지라 세미나를 마치고 눈까지 조금 와서 미끄러운 길을 내려오는데, ○○동에 있는 ㄱ대학교 간사가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북한에 있는 ○○종합대학도 좋은 학교 아닌가요. 왜 그 학교 학생들이 대한민국까지 오는지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됩니다."

그의 말을 듣고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냥 '뜨악'했었습니다. 박사 학위까지 받은 선교단체 간사가 그런 말을 내뱉으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에, 그의 천박한 언어와 사고의 편린에 아무런 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세미나가 끝난 후 같이 모여 뒤풀이를 하면서도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 때문이 아니라, 제가 생각하는 방향과 선교단체의 운영 방향이 달라서 얼마 후 거기를 그만뒀습니다.

후일담을 전해 들었더니, 그 선교단체의 서울 지부 중에 몇 곳이 없어졌다고 했습니다. 그런 일을 겪으면서, 직업적인 종교인에게 건강한 역사 인식이 얼마나 필요한지 생각해 봤습니다. 종교인으로 살기를 선택했다면, 끊임없이 올곧음을 따르려고 예수님이 말씀하신 좁은 길을 찾아 걷는 건강함이 필요합니다. 이게 없으면 종교인이란 직업은 정의로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기 위해 싸우는 성령의 검이 아니라, 자신의 기득권만을 옹호하는 녹슨 방패가 됩니다.

또 이때 중요한 게 종교인의 학습ㆍ교육입니다. 나를 위한 학습과 교회에 오는 모든 사람을 위한 교육이 꼭 필요합니다. 종교는 고정불변의 세계가 아닙니다. 새로 태어나는 종교도 있고, 오래된 종교일지라도 효용 가치를 잃고 사라지는 게 있습니다. 종교도 역사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기에, 역사를 이어가기 위한 건강한 학습ㆍ교육이 없으면 생명력이 짧아집니다.

그 교목들과 간사의 안부가 궁금해집니다. 그들은 사이비ㆍ이단과 북한에 대한 단견을 얼마나 깨뜨렸을까요.

■정이신 논설위원ㆍ목사 △한양대 전기공학과 졸업 △백석대 신학대학원 졸업 △아나돗학교 대표간사 △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세이프타임즈에 '노희(路戱)와 더불어 책(冊)놀이' 연재, 칼럼집 <아나돗편지(같이 비를 맞고 걸어야 평화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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