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노동자 법정수당등 66만원 미지급 '의혹'
불법의혹 제기 내부 관계자도 13일 노동부에 고발
주 52시간 위반 등 제보 … 관계 당국 수사 불가피
회사 "파견업체 청구금액 100% 지급 불법없었다"

▲ 파견노동자 임금 착취 의혹이 제기된 한국인삼공사 고려인삼창 부여공장. ⓒ 인삼공사
▲ 파견노동자 임금 착취 의혹이 제기된 한국인삼공사 고려인삼창 부여공장. ⓒ 인삼공사

(세이프타임즈 = 김창영·신승민·김소연 기자) 건강기능식품의 대명사 '정관장'을 생산하는 한국인삼공사에서 근무했던 한 파견노동자가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예상된다.

하루 12시간씩 일을 한 노동자가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주 52시간 위반'을 비롯한 근로기준법과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의혹이 제기돼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과 관계 당국의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T&G 자회사 인삼공사 부여공장에서 파견노동자로 일했던 A씨는 13일 세이프타임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문가의 상담을 받은 결과, 근무했던 기간동안 받은 급여 가운데 법정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다"며 자신의 급여명세서(사진1)를 공개했다.

인삼공사 부여공장은 고려삼 제조 기술을 계승한 가장 오래된 홍삼 제조공장으로 연간 8000여톤 이상의 수삼 처리가 가능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홍삼 제조시설이다. 인삼공사는 매년 인삼 수확철 부여와 원주공장에 3~5개월 동안 700여명에 달하는 파견노동자를 고용, 홍삼의 원료인 인삼과 약초 지황(地黃) 등을 세척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A씨 역시 지난해 B파견업체와 파견근로계약을 맺고, 부여공장에 투입돼 인삼 등을 세척하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 (사진1) 정관장 인삼공사 부여공장 파견노동자가 A씨가 공개한 2020년 10월 급여명세서. ⓒ 세이프타임즈
▲ (사진1) 정관장 인삼공사 부여공장 파견노동자가 A씨가 공개한 2020년 10월 급여명세서. ⓒ 세이프타임즈

A씨가 공개한 급여명세서를 보면 지난해 10월 급여 지급 총액은 215만2220원(기본급 144만7831원)이었다. 이 가운데 4대보험 등 17만7110원을 공제한 197만5110원을 받았다. A씨는 10월 한 달간 13일을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근무일수는 25일(유급 근로일 포함)이었다.

A씨는 "자신이 받은 급여에 대해 너무 적은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어 전문가 상담을 받은 뒤 세이프타임즈에 제보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A씨의 제보를 바탕으로 세이프타임즈는 B업체가 인삼공사에 제출한 A씨의 근태현황(사진2)을 '단독입수'해 급여가 정상적으로 계산됐는지 공인노무사와 비교·분석했다.

우선 A씨는 지난해 10월 한달간 13일을 하루 12시간씩 일했다. 1일 8시간을 넘기면 관련법은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4시간을 연장근로한 날짜는 13일이다.

단순 계산해 보더라도 A씨의 '연장근로'는 52시간에 해당한다. 하지만 근태현황표 시간외수당(OT)에는 '36(시간)'으로 잡혀 있고, 급여명세서에도 36시간으로 기록돼 있다. 연장근로나 잔업시간은 이상하게도 '16시간'의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10월 9일은 국경일인 한글날로 '휴일근로'에 해당한다. 하지만 '휴일근무' 8시간과 '휴일연장근무' 4시간은 근태현황표나 급여지급명세서에 기록되지 않았다. A씨는 이날 12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 (사진2) 세이프타임즈가 단독입수한 정관장 인삼공사 부여공장에 근무한 파견노동자 A씨의 근태 현황표 일부. 기재된 숫자는 취재원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삭제했다. ⓒ 세이프타임즈
▲ (사진2) 세이프타임즈가 단독입수한 정관장 인삼공사 부여공장에 근무한 파견노동자 A씨의 근태 현황표 일부. 기재된 숫자는 취재원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삭제했다. ⓒ 세이프타임즈

이에 따라 A씨의 △연장근무수당(1.5배) △휴일근무수당(1.5배) △휴일연장근무수당(2배) 등을 종합적으로 재산출하면, 32만6420원에 달하는 '시간외수당'을 미지급했다는 의혹이 생길 수 있다. 이밖에 다른 법정수당 등도 미지급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만일 이같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A씨가 지난해 한 달에만 지급받지 못한 임금만해도 무려 66만7224원에 달할 수 있다. 

세이프타임즈의 급여 재계산 방법이 맞는다면, 지난해 10월 한 달에만 부여·원주공장에서 일했던 700여명에 달하는 파견노동자의 임금에 대한 '전면 재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세이프타임즈는 A씨가 주장하는 '임금 착취 의혹'이 인삼공사 내부에서도 나온 것으로 확인했다.

인삼공사 노무담당 C씨는 최근 김재수 대표이사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노동자 임금이) 회사에 유리한 부분만 잡혀 있었고, 차마 불법이라고 말을 못하겠다"며 "구매부 등에서 (파견)계약단가가 이상하다는 말을 들어 왔지만 시트(파견대금청구서)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알 수가 없어 입만 닫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또 "몇년 전부터 인건비가 너무 적어 채용도 어렵고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파견업체로부터 많이 들었다"며 "자체적으로 파악해 보니, 법정수당 등이 노동자가 근무한 날에 비해 적게 지급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파견업체에 추가로 근무일수를 더 산정해 급여를 다소 보전해 주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 정관장 한국인삼공사 부여공장에서 파견 노동자들이 인삼을 세척하고 있다. ⓒ 파견노동자 A씨 제공
▲ 정관장 한국인삼공사 부여공장에서 파견 노동자들이 인삼을 세척하고 있다. ⓒ 파견노동자 A씨 제공

하지만 내부의 이같은 목소리에 대해 회사의 대응은 달랐다. 인삼공사는 최근 '임금을 더 산정했다'는 이유로 C씨는 업무상 배임, D파견업체는 '파견대금을 더 받아 갔다'면서 사기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인삼공사는 "근로기준법과 관련 법령을 준수해 파견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며 "파견업체와 파견근로자간 계약사항 및 임금지급내역은 당사와 무관하며, 당사는 관여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당사는) 파견업체와의 계약을 성실히 이행했으며 파견업체가 요청한 수삼 파견 청구서에 대해 청구금액을 100% 지급했다"며 "파견업체 계약과 파견대금 지급과정에서 당사가 개입한 불법행위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건강식품 인삼공사의 브랜드 정관장.
▲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건강식품 인삼공사의 브랜드 정관장.

인삼공사는 임금 관련에 대해서는 '파견업체에서 전적으로 알아서 할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인삼공사의 입장과 달리 파견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파견법'은 사용자(원청)의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파견법 제30조와 제34조에 따르면 인삼공사는 책임소재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인삼공사가 근로기준법과 파견법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공인노무사 E씨는 "인삼공사는 2018년 10월부터 주 52시간을 초과해 파견노동자에게 일을 시켜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고 분석했다.

A씨의 제보에 이어 회사의 '불법사항'을 알고 있던 인삼공사 노무담당 C씨는 13일 서울지방노동청에 '근로기준법과 파견법 위반 혐의가 있다'며 회사를 상대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인삼공사는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정관장(홍삼)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최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착취해 명품브랜드(정관장)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편집자주] 인권·생명·노동·환경을 최우선의 편집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는 세이프타임즈는 인삼공사 파견노동자에 대한 임금착취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당시 근무했던 노동자의 제보를 받는 '세이프패트롤'을 본격 가동합니다. 산업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자의 안전을 저해하는 사항에 대해 세이프타임즈 편집국 이메일(safebodo@gmail.com)로 제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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