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신앙의 대전제는 하나님이 우주를 창조하셨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인간을 지배하는 시간이 하나님께는 없다는 게 포함됩니다. 하나님이 시간을 창조하셨기에 하나님께는 인간이 감지하는 과거·현재·미래가 없고, 모든 게 영원한 현재입니다.하나님과 달리 인간은 시간의 지배를 받고, 시간이 만든 기억·욕망은 삶의 시계를 작동시키는 힘으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과거가 기억을 만드는 게 아니라, 기억이 과거를 낳습니다. 욕망도 마찬가지입니다. 내일이란 희망이 선한 욕망을 낳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인간의 욕망이 내일이란 희망을 만들어 인간에게 내
연어는 산란기가 다가오면 그동안 자신이 마음껏 뛰놀며 생활했던 바다에서 태어난 강으로 거슬러 올라와 짝짓기를 마치고 죽습니다. 이때 강으로 올라와 수정한 알이 부화해 이듬해가 되면 다시 새끼 연어가 돼 바다로 나갑니다. 그리고 바다에서 살다가 3~5년이 지나 어른이 되면, 다시 자신이 태어난 하천으로 돌아옵니다.연어가 주로 사는 삶의 터전은 바다인데, 바다에서 지내다가도 그때가 되면 하천으로 돌아옵니다. 하천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이러저러한 이유로 많이 죽지만, 그래도 본능적으로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서 후손을 남기는 귀소본능(
많은 사람을 만났고, 현재도 만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만날 것입니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제가 바라는 건 만남을 통해 열린 미래,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실현 가능한 현실로 바꾸는 것입니다. 그와 저의 만남이 서로에게 유익한 것이어서, 서로가 꿈꾸는 세상으로 갈 수 있는 조그마한 징검다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게 선형성(線形性)을 띠지 않아서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합니다. 차라리 만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뻔했던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과 만나는 일을 쉽게 끊어내지 못하고, 주어
제가 가진 화를 누르고, 스트레스를 달래기 위해 글을 썼습니다. 그래서 세이프타임즈에 칼럼을 기고하기 전에는 따로 글을 써서 이런 포털에서 송출한 사례가 없습니다. 화를 다스리기 위해 쓴 글을 공개할 수준도 아니었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곳도 없었습니다.이곳과 맺은 인연으로 칼럼을 쓸 때도, 이게 책으로까지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유명무력 무명유력(有名無力 無名有力)을 삶의 철학으로 갖고 있기에, 책을 출간하는 건 상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칼럼을 모아 책으로 출간해 보자는 모 대학교수의 의견대로 책을
영지주의에 세뇌돼 유사종교 중독에 빠진 사람을 상담했습니다. 영지주의는 기독교에 침투했다가 쫓겨난 것 말고도 여러 형태가 있기에, 문명의 이기가 널려 있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다만 예전과 다른 옷으로 바꿔입었거나, 반영지주의를 표방한 종교의 모습으로 위장한 채 숨어 있기에, 사람들은 그게 영지주의인지 잘 모릅니다.영지주의로 인해 유사종교 중독에 빠진 사람들을 만나면, 십중팔구 자기가 좋아하고 다른 사람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인데, 뭐가 문제냐고 합니다. 그런데 그들과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들이 처음부
북한에서 혈혈단신으로 대한민국에 온 여자 제자가 결혼식을 했는데, 그날 여자 제자의 부모석에 저희 부부가 앉아서 울었습니다.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울지 않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남자와 결혼식을 올리려고 예쁘게 신부 드레스를 입은 여자 제자를 보고서는, 자꾸 눈물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결혼식장에서 함부로 울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도록 손으로 가리고 눈물을 닦았습니다.제가 숨겼어도, 북향민 제자가 이걸 본 모양입니다. 그래서 나중에 자기는 너무 좋았는데, 간사인 제가 울어서 자기도 눈물이
제가 쓰는 SNS에는 좌우명이 세 개 있습니다. 이 중 2·3번은 다른 사람의 글을 옮겨온 것이고, 1번은 오롯이 제가 쓴 것입니다. 동양에서 살았던 어떤 사람이 썼던 글을 읽으면서, 제 생각을 정리하면서 만든 게 첫 번째 좌우명입니다.○○동에서 살면서 한동안 둔촌 이집(李集)이 그의 아버지를 모시고 잠시 은거했었던 곳을 찾아갔었습니다. 그곳을 찾아갔을 때는 시간이 많이 흘러서인지 옛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만약 그가 토굴을 만들어 은거했었다고 알려주는 표지판이 없었으면, 거기가 어딘지 알아보지도 못했을 것입니다.은거했던 집
토끼·카나리아는 산소가 희박해지면 인간보다 먼저 반응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이들보다 산소에 대한 반응속도가 늦습니다. 그래서 반응을 먼저 보인 이들을 보고 대비책을 세웁니다. 만약 이들의 반응을 무시하면 인간에게 큰 화가 닥치기에, 이걸 엄밀하게 주시합니다.사이비·이단 추종자에게 토끼·카나리아와 같은 역할을 했던 그곳의 피해자들을 대신해 물었습니다. 교주가 옳다면 피해자가 계속 무리 지어 발생하는 이유가 뭐냐고. 그랬더니 저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교주를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때는 옳았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어린 나이였기에 제게 어떤 유산이 남겨졌는지 몰랐습니다. 세월이 흐른 후 '조상 땅 찾기'란 서비스를 통해, 만석꾼이었던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소유권이 우리 집안으로 설정된 땅이 시골에 꽤 있다는 걸 누군가가 알아냈습니다.그 땅에 관한 보상을 받기 위해 일을 추진했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제 몫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렇지만 거리가 멀었고 제가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일이 아니기에, 땅에 관한 그들의 말을 믿었습니다. 그리고 보상비가 몇 푼 되지 않으니, 그 돈으로 아버지 묘를 꾸며 가족묘
위임목사로 있는 교회에서 제게 교회 업무에 관한 자료를 따로 저장할 수 있는 외장 하드를 사줬습니다. 그런데 택배로 받은 날부터 이게 문제가 생겨서, 집에서 꽤 먼 거리에 있는 서비스센터를 두 번이나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제가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먼 곳까지 가는 발품을 두 번이나 판 후에야 겨우 이걸 쓸 수 있게 됐습니다.외장 하드를 중고제품으로 산 게 아닙니다. 분명히 신상품을 받았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서비스센터를 두 번이나 갔다 와야 했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서비스센터도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에 있는 지
서울 소재의 대학교에 다녔던 고등학교 동기가 시국사건에 휘말려 제적당했습니다. 그 뒤 목사가 되기를 희망하면서 신학대학교에 갔으나, 그를 짓눌렀던 여러 가지 사연으로 인해 거기도 졸업하지 못하고, 노동 현장에서 생계를 이어갔습니다.고향으로 내려가 살았던 그는 술을 한 잔 걸치면, 지게차를 운전했던 자신을 '노가다대학 지게학과'를 졸업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고향에서도 통일운동에 관한 열정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몸에 스며들어 있던 고문 후유증은 그를 다른 동기보다 더 빨리 하늘나라로 불러들이는 호루라기가 됐습니다
상대의 처지를 공감하지 못한 상태에서 열정이 더 앞섰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직접 겪으면서 배웠던 적이 있습니다. 연민과 공감이 다르고, 스스로 선 독립적인 주체와 주체가 만나서 서로를 조율하는 과정인 대화가 전제되지 않은 채, 설득을 빙자한 일방통행의 의사전달은 공감이 아니란 걸 배운 사건이었습니다. 청소년지도사로 근무했던 곳에서 재능기부를 요청했고, 이를 받아들여 북향민을 가르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제게 북향민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따로 배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상대가 누구든 공부를 하고 싶으면 그냥 가르치면
'옛날 일이야!' 혹은 '그랬던 적도 있었지.'라는 추억의 사진첩에만 있는 이야기가 됐지만, 매년 추석 연휴에는 아나돗캠핑(Anathoth Camping)을 했었습니다.대한민국에 혈혈단신으로 온 북향민 재생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대한민국에 와서 처음으로 명절 연휴를 보내게 됐는데, 특별하게 갈 곳이 없어서 혼자서 집에 있어야 했습니다. 게다가 이들 중 일부는 추석 연휴가 대학입시 기간과 겹치는 이도 있었습니다. 대안학교 운영 초기에 재생들의 처지를 전해 듣고, 명절이 되면 집에 있기 싫다고 했던 몇몇 재생들을 위해 이벤트를 마련했었
adolescent(청소년)는 라틴어 adolescere(성장하다)에서 기원한 말인데, 서구에서 이 말을 처음 쓴 사람은 '아동연구운동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의 심리학자 그랜빌 홀(G. S. Hall)입니다. 1904년에 발간한 "청소년기(Adolescence)"에서 이 말을 썼습니다. 이처럼 청소년기를 특정한 성격을 지닌 생애 발달 단계로 인식하기 시작한 건 근대 이후입니다. 홀은 사람의 생애가 아동기에서 성인기로 전이되는 것으로 생각했던 서구 사회에, 이 사이에 청소년기란 특정 시기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청소년기가 갖는 특
동양에서 '혁명(革命)'이란 단어가 최초로 등장하는 글은 주역(周易)입니다. '天地革而四時成(천지혁이사시성) 湯武革命順乎天而應乎人(탕무혁명순호천이응호인): 하늘과 땅이 바뀌어 네 철을 이루듯 은나라 탕왕과 주나라 무왕의 혁명은 하늘의 뜻에 따라 사람들의 요청에 응한 것이다.' 64개의 주역 괘 중 49번째인 혁괘의 단사(彖辭)에 나온 말입니다.혁명을 우리말 어순으로 읽으면 '명을 혁하다'가 되는데, 혁은 순수한 상형문자로써 동물의 가죽을 벗겨서 벌려놓은 모습입니다. 동물 가죽은 무두질이란
목사로 살면서 여기저기에 한 달에 한 권씩 읽을 만한 책을 소개합니다. 제가 추천하는 책은 당연히 성경입니다. 그러나 추천하는 게 아니라, 이 책을 알고 지내면 해 아래 세상에서 인간답게 살기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 있습니다. 제 시각으로 이런 책을 골라 한 달에 한 권씩 소개합니다.가끔 목사가 소개하는 책이라서 그렇고 그런 게 아니냐고 시비를 거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제게 SNS를 통해 시비를 걸면, 저는 그냥 읽지 말라고 무대응으로 일관합니다. 제가 추천한 책은 그 책을 읽어보라고 권면한 것에 관해
뿌리는 식물에만 있는 게 아니라 동물에도 있습니다. 그런데 동물의 뿌리는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 식물처럼 뿌리를 제 몸에 붙이고 사는 게 아니고 대부분 따로 놀며 살기에, 동물의 뿌리는 그가 직접 밝히거나 DNA를 확인하기 전에는 알기 힘듭니다.또 동물 중에도 뿌리를 알 수 있는 건 인간으로 국한된 경우가 많습니다. 야생의 동물이 가진 뿌리를 찾아내는 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습니다. 인간 세상처럼 내 뿌리가 누구라고 말하거나, 족보 등을 통해 자신의 조상에 관한 기록을 가진 종이어야 뿌리에 얽힌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한국 사
몇 해 전에 겪었던 일입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북향민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이들과 더불어 한반도의 평화를 추구하며 살아가기 위해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많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북한을 알아간다는 건 섣부른 당위명제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의 후손에게 평화로운 한반도를 물려주기 위해 끝없이 가꿔가야 하는 과제입니다.새벽 2시 8분경에 북향민 제자에게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스마트폰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는 울음에 젖은 비명이었습니다. 북향민끼리 모여 사는 지역인지라 이웃을 믿고 지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며칠 전에
'인간에게 구원이 필요하다'란 성경의 선언을 "그래, 너는 죽어서 천국에 가라. 나는 천국이 만원이라고 하니 천원짜리 지옥에나 갈련다"라는 식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그런데 성경에서 말한 구원은 인간의 삶에 일정한 질서가 있다는 통찰이고, 구원을 향해서 진행되고 있는 인류 역사에 목표가 있다는 선언입니다.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이 순환적이라면, 때에 따라 어떤 과제가 나타날 뿐입니다. 그러나 구원이 있고 이게 인간에게 꼭 필요하다면, 우리의 시간은 어떤 목표를 이루라고 할당된 것이고, 돌고 도는 때에 따라 주어지는
우주 생성 초기의 시간과 상대적으로 팽창이 거의 정지된 오늘날의 시간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우주 공간에는 어디에나 '우주 배경 복사파'란 미세한 빛 신호가 나타나는데, 이게 우주 생성 때와 오늘날을 연결해 주는 '우주시계'입니다.이를 토대로 한 천체 물리학 이론에 따르면 우주 대폭발 직후의 우주 온도는 현재보다 1조 배 정도 높았습니다. 이는 그때 우주의 팽창 속도가 빛의 속도만큼 빨랐다는 뜻입니다. 이를 오늘의 시간으로 계산해 보니 우주 탄생은 10*-53초, 은하계 탄생은 10*-38초가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