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길을 나서는 자는이미 혼자가 아닌 것처럼 당당하다네무엇이 걱정인가멀쩡한 육체에 넘어져도 일어날 정신이 있다면그 어떤 난관도 문제없이 헤쳐나가리지금 겪는 어려움과 걱정, 불안한 마음은모든 이가 모여드는 길목에서누구나 맞닥뜨리는 그림자라네저 멀리 해가 뜨면 그곳으로 눈을 돌리고땅거미 등뒤로 내려앉으면조용히 옷깃을 세워 물리쳐 보게발걸음 소리내어 걷는 자는 두려움 없이숲속 정령을 불러내어 노래하리나뭇잎 떨리는 시간이 왔네물웅덩이를 거니는 소금쟁이가몸을 움직여 둥근 내일을 그려간다네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투정을 부리지 말게마음의 눈
그대가 옆에 있는 거와없는 것은 다릅니다방 안의 공기조차 그러하지요같이 있다면 보이지 않아도단잠을 이루지만함께 없다면 그 이유만으로공허함이 넘칩니다그대가 편안해서인지습관인지는 모릅니다다만내 마음이 그대로 인해 흔들리는것에기분이 좋아집니다그대가 있어내 삶이 여울집니다■ 손남태 시인 =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농민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농협중앙회 안성시지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문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PEN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그 다음은 기다림입니다' 등 6권이
몇 해 전에 겪었던 일입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북향민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이들과 더불어 한반도의 평화를 추구하며 살아가기 위해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많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북한을 알아간다는 건 섣부른 당위명제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의 후손에게 평화로운 한반도를 물려주기 위해 끝없이 가꿔가야 하는 과제입니다.새벽 2시 8분경에 북향민 제자에게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스마트폰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는 울음에 젖은 비명이었습니다. 북향민끼리 모여 사는 지역인지라 이웃을 믿고 지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며칠 전에
그와 눈빛이 마주쳤다나는 재빨리 눈을 돌려 그의 세상에서 뛰쳐나왔지만조금 전 그의 눈빛 안에 갇혀버린 내 눈빛을 기억하고 만다그와 나는 같은 시간에 있었지만서로 다른 먼 곳을 여행하고 있다같은 거리에 있다고 해도햇살에 익은 바람의 농도가 같다고 해서꿈꾸고 좋아하는 음식이 동일하지는 않다나에게도 그의 눈빛이 있다. 그것을 볼모로 내게서빼앗아간 내 눈빛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한 사람의 영혼에 또 다른 이의 영혼이오랫동안 갇혀 있다가슴이 텅 빈 것처럼 느껴질 때면 나는 그 거리에서잃어버린 내 눈빛을 찾아 서성이고 만다■ 손남태 시인 =
그리운 이름물결에 새겨보면강숲 아래비치는그대 얼굴마음 빚어보낸 연정(戀情)되돌아온누런 편지새벽녘물 숨소리에뒤척이는풀잎 하나곱게 물들다■ 손남태 시인 =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농민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농협중앙회 안성시지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문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PEN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그 다음은 기다림입니다' 등 6권이 있다.
사랑이 없다면씩씩한 청춘들이 밤새 힘들어하지 않으리골치 앓는 부모도 없으리누군가에게 잘 보이려 애를 쓰지 않아도 되고병상에 누워 있는 자로 인해 시름하지 않으리미움과 싸움도 오해도 갖지 않을 테고담장에 핀 장미도 꺾이지 않으리무얼 신으로 삼든 상관하지 않으리이성을 만나 수줍어할 일 없어 산뜻하고떨림도 고통도 비켜나 웃는 낯 많겠지거침없는 충고에 못된 버릇 고칠 테고걱정 때문에 감췄던 병도 치료받겠지새장에 갇힌 새에게는 자유를들판을 메운 예쁜 꽃과하늘의 별도 누구의 것이 아니라모두 우리의 것이 되어 빛나리무엇보다 나로 인해 아픈 사람
내게 도화지 있다면그네들을 그리겠소얼굴 하나 하나희고 곱게 그리겠소동짓날 붉은 달처럼가슴 시리게부모님 곁불 쪼이던쪼그매 어린 누이들멍울 망울예쁘게 찍어 그리겠소흰 도화지가 있다면그네들을 그리겠소아궁이 화롯불 담아내듯고이고이꼭 그렇게 해야겠소바라건대잘 살아주시오 ■ 손남태 시인 =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농민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농협중앙회 안성시지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문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PEN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그 다음은 기다림입니다' 등 6권이 있
어느 순간이건 아니다 싶을 때가 있지양심이 눈을 뜨거나뜨거운 의협심이 솟아오를 때떠난 사랑에 대한 집착이불쑥 머리를 내밀 때면저어하는 마음에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힘흰 국화를 보게 되면절로 차분하게 된다든가반려견의 순한 눈동자에엄마 미소짓게 된다든지차를 마실 때면향기부터 음미하게 되는어쩔 수 없는 힘이때론 사람을 기분 좋게한단 말이야오래된 편지를 읽었어시간 여행이 시작됐지감정이 실하게 돋아나이거다 싶었지그 사람과 대화를 하듯마구 오감이 쏟아져나도 나를 제어하지 못하는네 정체가 궁금했어그런데 말이야마치 계획된 움직임에 따라추억을 만들
칼국수를 먹다가목이 메였다묵직한 칼로썰어 놓은 면 줄기가어머님의 생애처럼가지런했다■ 손남태 시인 =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농민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농협중앙회 안성시지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문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PEN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그 다음은 기다림입니다' 등 6권이 있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집으로 돌아와서는선뜻 떠올려지는 사람이 없다사건이 있었다면 기억될 일이건만손을 잡고 인사를 나눴음에도도통 그려지는 인물이 없다는 건누구의 책임일까시가 써지지 않는 밤사람들이 자꾸만 내 안에서빠져나가는 것 같아근심에 걱정이 더해지지만집으로 돌아와서는미처 아무도 생각나지 않는시도 시시해 지는 밤사람 소식 끊긴 거리에서연인을 찾듯 인연을 더듬어보는나는마침내 죽비를 들어무뎌진 감각을 되살리고자 하나도통떠올려지는 사람이 없다■ 손남태 시인 =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농민신문사 기자로 일했
투자는 미래를 향한현재의 가치인류를 대신하여지구를 지배할 생명체가누구일까 생각하다가영민한 인류가투자자라는 이름을 부여한최초의 생명체가 떠올랐다그대 이름은개미■ 손남태 시인 =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농민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농협중앙회 안성시지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문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PEN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그 다음은 기다림입니다' 등 6권이 있다.
가끔은 흔들려야중심을 잡지위태로워 아름다운살살이꽃오늘도 바람과사이좋게 논다■ 손남태 시인 =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농민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농협중앙회 안성시지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문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PEN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그 다음은 기다림입니다' 등 6권이 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영원히 함께 할 수 없음을깨닫는 순간그렇게 정겹고 사랑스러울 수가 없어요내일이란 시간 변함없이 찾아오겠지만누구나 다 평화롭게맞이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깨닫는 순간그렇게 오늘이 소중할 수가 없어요같은 하늘 같은 공간에 머무르며인연을 맺고 사는 사람들이끝없이 흐르는 미지의 세계에서잠시 만난 것이란 것을깨닫는 순간그렇게 남다르게 보일 수가 없어요말과 글, 느낌과 표정으로서로의 마음을 읽고감정을 공유하고 있음에도미워하고 다투고시기하며 산다는 것을깨닫는 순간그렇게 후회되는 순간이 없어요■ 손남태 시인 = 경기도 안성
'인간에게 구원이 필요하다'란 성경의 선언을 "그래, 너는 죽어서 천국에 가라. 나는 천국이 만원이라고 하니 천원짜리 지옥에나 갈련다"라는 식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그런데 성경에서 말한 구원은 인간의 삶에 일정한 질서가 있다는 통찰이고, 구원을 향해서 진행되고 있는 인류 역사에 목표가 있다는 선언입니다.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이 순환적이라면, 때에 따라 어떤 과제가 나타날 뿐입니다. 그러나 구원이 있고 이게 인간에게 꼭 필요하다면, 우리의 시간은 어떤 목표를 이루라고 할당된 것이고, 돌고 도는 때에 따라 주어지는
손바닥을 펴본다다시 두 손을 눈여겨본다이 작은 손이나를 지탱하고 있었구나나를 먹여 살리고 있었구나네가 나였구나내가 너였구나작은 것이 애틋했다이 작은 두 손으로밥을 먹고 일을 하고사랑을 하고나의 생각을 표현하였구나네가 있어 가능했구나앙증맞은 손이그렇게도 낯설던 날나를 대신해내 인생을 살아온 손이아무리 생각해도너무 작아 보였다■ 손남태 시인 =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농민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농협중앙회 안성시지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문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PEN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
제 몸보다 큰먹이 끌고 가는 개미에게죽은 동료 사체 옮기는개미들에게나는 지켜봄으로써경의를 표한다■ 손남태 시인 =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농민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농협중앙회 안성시지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문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PEN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그 다음은 기다림입니다' 등 6권이 있다.
나 미처 몰랐네하늘이 무너진다는 말그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있어서는 안되는 말인지큰일나는 말인지하늘이 무너지면다 무너진다는 걸나 미처 몰랐네가슴이 내려앉는다는 말그 말이 얼마나 불길한 말인지믿고 싶지 않은 말인지나 미처 몰랐네하늘이 무너지고가슴이 내려앉는다는 말그 말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담고 살 말이 아니라는 걸나 미처 몰랐네하늘이 무너지고가슴이 내려앉으면세상 모든 게다 무너져 내려앉는다는 걸나 미처 몰랐네■ 손남태 시인 =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농민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농협중앙회 안성시지
가을은 외로운 계절이다나무와 들강과 호수가 아름다운 계절이다모두와 사랑을 하고 싶은 계절이다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며낙엽을 밟으면외로움도 즐거움이 되는볕 따뜻한 계절이다고운 때깔에마음 부스럭대는청혼의 계절이다■ 손남태 시인 = 경기 안성 출신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농민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농협중앙회 안성시지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문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PEN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그 다음은 기다림입니다' 등 6권이 있다.
2005년 10월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 대규모 압사사고를 겪은 정부는 소방방재청을 주무기관으로 문화관광부, 경찰청 등 관계 기관과 대학교수, 전문가들을 포함한 TF를 구성하고 '공연·행사장 안전매뉴얼'을 발간했다.매뉴얼에는 압사사고를 대비해 대규모 인원이 운집할 경우 행사장 주변에 안전 관리요원 배치, 교통시설의 유입인원 통제 그리고 운집 인원을 분산하는 요령 등이 담겨 있다.문제는, 안전매뉴얼은 △공연법 △경비업법 △체육시설의 설치·유지에 관한 법률 △관광진흥법상 공연장 및 공연장 이외의 장소에서 국가기관, 지
누구나 다 가는 길이라고죽음을 위로하지 말자누군가가 떠난 자리에또 누군가의 삶이 채워지더라도죽음은 참담한 것이니그러함에도평온한 죽음이라면비통함으로 애써 감당하겠지만불의의 죽음에 대해서는결코 용납하지 않아야 한다그것이 살아남은 자들이죽은 이들에게 바치는 예우다기려야 할 죽음에는하늘을 탓하며 애통해하자그러나 불의의 죽음에는우리 자신을 나무라면서안이함과 나태에 채찍을 들자삶과 죽음은 신의 손에 달렸지만어떤 삶과 죽음이었는지는우리 의지에 따라 바뀌는 것이기에불의의 죽음에 대해서는결코 용납하지 않아야 한다■ 손남태 시인 = 경기도 안성 출신